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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

"책 안 읽는 아이도 관심분야 찾으면 스스로 글 써요"

by 많은이용 2018. 3. 23.

"책 안 읽는 아이도 관심분야 찾으면 스스로 글 써요"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20주년 '책 쓰기 교육' 사례집 펴내
운영자 70명·후원자 190명 성장… 입시 위주 환경서 진로 찾게 도와

"내가 나쁜 엄마입니다."

고2 아들을 둔 어머니가 학교 선생님을 찾아와 펑펑 울었다. 아들이 어느 날부터 밤늦게까지 책을 읽더란다. 공부하라고 아무리 닦달해도 아랑곳하지 않던 아이였다. 어머니는 흐느꼈다. "원래 크게 될 아이였는데 그냥 혼내기만 했던 건 아닐까요."


허병두 서울 숭문고 교사가 '책 쓰기 교육'의 효과를 말하면서 들려준 일화다. 허 교사는 "아이들은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놀라울 정도로 몰입한다"며 "'책 쓰기 교육'은 아이들 스스로 원하는 삶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허 교사는 1997년 '책 쓰기 교육'을 시작한 후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이듬해 동료 교사들과 함께 독서 교육 모임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를 설립했다.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최근 교사들의 지도 사례를 모은 '책따세와 함께하는 책 쓰기 교육'(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입시 공부하기도 바쁜데 책을 쓴다니 뭐 하는 거냐는 원성도 들었다. 학부모에겐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책을 읽지도 않는 아이들이 과연 책을 쓸 수 있을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마다 관심을 갖는 분야가 있다. 개를 좋아한다, 거미를 키운다, 게임이 좋다, 아쿠아리움 조련사가 되고 싶다 등등. 허 교사는 "그걸 한번 써 봐라. 쓰기만 하면 잘 정리해줄게"라고 했다.

번듯한 책 출간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다. 허 교사는 "책을 쓰려면 결국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면서 "처음엔 어쩔 줄 모르던 아이들도 자신의 관심이 뭔지 깨닫기 시작하면 신이 나서 자료를 조사하고 자기만의 글을 쓴다"고 했다.

처음 교사 9명으로 시작한 '책따세'는 이제 운영진 70명, 정기 회비를 내는 후원자 190명인 조직으로 커졌다. 2007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확대됐다. 그동안 저작권 기부 운동, 교사 연수 및 강좌, 외국(도시)에 관한 책을 읽고 자신만의 책을 쓰는 기획 '책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같은 독서 캠페인을 벌였다. 대구에서는 교육청이 나서 책 쓰기 교육 노하우를 배워가기도 했다.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일부에선 '문화 권력'이라고 비난했다. 허 교사는 "추천 도서에 특정 출판사 책을 넣어 달라는 청탁을 거절했더니 항의를 해왔다"면서 "청탁을 받아주는 순간 '책따세'의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에 절대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6일 운영진 9명은 서울 마포구 후원 카페인 '더나더나'에 모여 그동안의 '책 쓰기 교육'을 회고했다. 홍승강 환일고 국어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교사도 배우는 점이 많다"고 했다. 유연정 안양초 교사는 "아이 들이 자료를 공유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서 협동심을 키우는 등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도 있다"고 했다.

20년을 달려왔지만 앞으로 갈 길이 쉽지는 않다. 허병두 교사는 "입시 위주 교육이 워낙 강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찾게 하는 '책 쓰기 교육'의 확산이 쉽지 않다"면서 "취지에 동감하는 교사와 시민이 '책따세' 활동에 더 많이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 2018. 3. 23. 조선일보 게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3/20180323000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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