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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일보

히말라야서 부모 떠나보낸 아이들 돌보는 '캡틴 엄'

by 많은이용 2018. 12. 21.

히말라야서 부모 떠나보낸 아이들 돌보는 '캡틴 엄'


조선일보     카트만두(네팔)=정병선 기자  

          

지난 10월 등반 도중 사고로 숨진 네팔 현지 셰르파 유가족 지원
매달 생활비·자녀 장학금 주기로 "건강하게 자란 것 보면 보람 느껴"

"인생에서 가장 슬픈 순간은 등정 중 동료와 셰르파(등반 가이드)를 잃을 때이고, 가장 보람 큰 순간은 그들의 자식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볼 때입니다."

엄홍길(58) 대장은 "히말라야 등반은 죽음을 담보하는 것이고, 산악인과 셰르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엄 대장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한식당 빌라 에베레스트에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 지난 10월 김창호 대장이 이끌던 '구르자히말 원정대'와 함께 사망한 치링 보테(39)와 데나 안죽 보테(30), 푸르푸 보테(18), 나트라 바하둘 찬탈(34) 등 네팔인 셰르파 4명의 유가족이었다. 엄 대장은 치링 보테의 아들 쌈중(8)과 파상(6), 데나 안죽 보테의 딸 밍마(8)와 아들 닌마(6)의 볼을 만지며 미어지는 감정을 토했다. 엄 대장은 "두 시간여 버스를 타고 왔는데도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니 다행"이라며 "아이들이 아직도 전화 소리가 울리면 '아빠야?' 하고 묻는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엄 대장은 유가족에게 두 명의 건장한 청년을 소개했다. 니마 텐지(24) 셰르파와 파상 타망(23) 셰르파. 엄 대장은 "니마는 1999년 나와 함께 안나푸르나 등정 당시 사망한 카미 도르지 셰르파의 아들이고, 파상은 2000년 칸첸중가 등정 때 사망한 다와 타망 셰르파의 아들"이라고 했다. 엄 대장은 "이들은 엄홍길휴먼재단의 장학생으로, 니마는 대학을 졸업해 엔지니어가 됐고 파상은 한국 정부의 고용 허가 시험을 통과해 한국행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엄 대장은 이번 사고를 당한 유가족 아이들도 재단에서 교육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엄홍길 대장은 지난 1985년 에베레스트 등반을 시작으로 네팔에 발을 디딘 지 34년째다. 그는 2008년 엄홍길휴먼재단을 설립했다. 히말라야 16개 봉을 등정하고 살아남은 데 대한 보답으로 네팔 오지에 16개 학교 건립과 셰르파 유가족 지원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1986년 에베레스트 등정 중 사망한 셰르파의 고향 팡보체 마을에 첫 휴먼스쿨을 완공한 이후, 이번에 15번째 둘리켈 휴먼스쿨 완공식에 참석했다.

이날 엄 대장은 유가족에게 지원금과 장학금을 전달하며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재단은 이들 유가족 자녀 1명당 매달 5000루피(5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네팔인 노동자 평균 월급이 10만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적잖은 액수다. 유족들은 '히말라야 캡틴 음(엄 대장)'에게 감사의 의미로 두 손을 꼭 잡고 "단네밧트(감사합 니다)"라고 말했다.

엄 대장은 1988년 에베레스트 등정 이후 2007년 로체사르 등정까지 8000m급 16개 봉우리를 완등하는 동안 10명의 대원을 잃었다. 이 중 4명은 셰르파였다. 엄 대장은 휴먼재단을 통해 26명의 네팔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1999년 시작 땐 사재를 털어 지원하다 2016년부터는 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자료출처 : 2018. 12. 21. 조선일버 게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1/20181221003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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