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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생활

“노년이 윤택하려면…일하고 사랑하고 욕심을 버리세요”

by 많은이용 2019. 12. 13.

노년이 윤택하려면:일하고 사랑하고 욕심을 버리세요

대표 장수인 99세 김형석 교수 & 가정의학과 명의 세브란스병원 이덕철 교수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축복은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축복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바에 따르면 2016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기준으로, 기대수명은 82.4세인데 건강수명은 74세로 약 8년을 병(病)과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2030년이면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세계보건기구). 누구나 오래 사는 시대가 왔지만, 누구든 오랫동안 건강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방법을 끊임없이 알려고 하고 실천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올해로 99세가 된 대표 건강 장수인인 연세대 철학과 김형석 명예교수의 삶을 통해 건강 지혜를 들여다봤다. 김형석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덕철 교수를 한자리에서 만나 건강한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노년의 건강은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경험상 80~90대의 건강은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60~70대에 만들어지는 듯합니다. 60~70대 때의 건강은 50대부터 쌓여서 결정되고요. 노년기에 일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그 이전부터 삶에 충실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건강이란 적금 같은 것”


김형석 교수 나이가 드니 건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일할 수 있고 타인(他人)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상태를 건강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노년의 건강은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경험상 80~90대의 건강은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60~70대에 만들어지는 듯합니다. 60~70대 때의 건강은 50대부터 쌓여서 결정되고요. 노년기에 일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그 이전부터 삶에 충실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덕철 교수 건강의 어원은 전인적(全人的)인 의미를 지닙니다. 신체가 아프지 않은 것뿐 아니라 정신이 안녕한 상태도 포함합니다. 김 교수님이 말씀하셨듯 일해야겠다는 의지가 있고, 실제로도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신체 상태가 양호하다면 건강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교수님은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실천하십니까?


김형석 교수 하루의 신체 리듬을 고려해 생활합니다. 조찬 모임 등에 참여하려면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서야 하는데, 늦잠을 자고 서둘러서 바깥에 나가면 몸에 무리가 갈 것 같아 매일 오전 여섯 시에 기상해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운동은 건강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리하지 않으려고 틈틈이 움직이는 식으로 신체 활동량을 유지합니다. 생각할 것이 있을 때는 앉기보다는 서서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2층인 집에는 걸어서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지금은 추워서 1주일에 두 번만 수영을 하지만, 날이 풀리면 다시 세 번씩 수영할 계획입니다. 하루에 50분은 집 근처 야산을 산책하듯 걷습니다. 분명 이게 제 삶을 건강하도록 만들었겠지요?


이덕철 교수 네. 겨를이 있을 때마다 움직이는 건 노년에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습관입니다. 앉는 것 대신 서 있는 것,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식의 습관을 들이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충분히 운동이 됩니다. 신체 활동량은 아주 좋은 방식으로 유지하고 계신 듯한데, 식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형석 교수 남들이 보기엔 소식(小食)일 수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위(胃)의 90%가 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충분히 먹습니다. 아침에는 우유 한 잔, 달걀·사과 한개와 함께 감자와 밀가루 빵을 번갈아가며 먹습니다. 점심과 저녁엔 밥과 반찬을 먹습니다. 수십 년간 오전 여섯시 반, 오후 열두 시 반, 여섯 시 반에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었는데, 80대부터는 한 번에 많이 먹는게 힘들어서 식사량을 줄였습니다. 오후 두 시와 저녁식사 이후에 간식을 챙겨 먹는 습관을 새로 들였습니다. 간식으로는 주스처럼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먹습니다.


이덕철 교수 영양을 골고루 잘 섭취하고 계신 듯합니다. 무엇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는 자신의 몸이 가장 잘 압니다. 무턱대고 다른 사람의 식사법을 따라 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김 교수님이 수십 년간의 규칙을 깨고 간식을 드시기 시작한 것처럼 식사습관은 몸 상태에 따라 융통성 있게 바뀌어야 합니다.


“건강의 어원은 전인적(全人的)인 의미를 지닙니다. 신체가 아프지 않은 것뿐 아니라 정신이 안녕한 상태도 포함합니다. 일해야겠다는 의지가 있고, 실제로도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신체 상태가 양호하다면 건강한 사람입니다. 개인의 노력과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건강한 고령사회가 될 것입니다.”


 “일하는 자가 건강하다”


김형석 교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을 해야 비로소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해진다는 것입니다. 나는 어린 시절에 몸이 매우 약했습니다. 그래서 “건강을 허락하신다면 하나님을 위한 일을 하며 살겠습니다”고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14세를 기점으로 기적처럼 건강이 좋아졌고, 커서는 정말로 종교적인 사명감을 갖고 일을 했습니다. 복음 전하러 다녔는데, 하루는 일이 너무나도 고돼서 ‘빨리 집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꿈인지 현실인지 “나를 위해 일하겠다고 해놓고는 왜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는가” 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이후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즐겁게 일할 때 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종교적인 사명감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일을 하는 게 마땅합니다. 일을 해야 육체를 돌볼 수 있고, 육체를 돌보면서 정신도 온전해집니다.


이덕철 교수 맞습니다. 사회적인 활동이 활발할수록 신체가 건강하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습니다.


“고독은 받아들여야 극복 가능”


이덕철 교수 외로움 같은 감정 때문에 우울증이 찾아온 노인은 심근경색이나 사망 위험이 4배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통증을 잘 느끼고, 신체 기능이나 사회적 기능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외로움을 잘 극복하는게 정신 건강을 지키는 열쇠입니다. 김 교수님은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김형석 교수 나이가 들면 누구든 고독을 느낍니다. 함께 살던 가족이 세상을 떠나는 때가 찾아옵니다. 나 역시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친구들이 큰 버팀목이 돼줬습니다. 의지하던 친구마저 곁을 떠나면 또다시 고독이 밀려옵니다. 인간은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고독을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에 따라 남은 삶의 질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나는 일과 신앙으로 고독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누구나 고독을 겪는다는 걸 잊지 말고,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사명감을 가지면 고독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아직 젊은 나이인 후배들이 혼자 남겨지면 재혼하라고 권합니다. 사람은 사랑을 주고받을 때 정신적으로 가장 건강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이덕철 교수 노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타인과 정서적 교류를 해야만 정신이 건강합니다. 학교, 직장, 가정에서의 교류가 끊어진 노인은 반드시 복지관 등을 찾기 바랍니다.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건강한 고령사회가 될 것입니다.


김형석 교수 사회적 뒷받침을 얘기하시니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곳에서 교회에 다녔는데, 그 교회는 예배를 1주일에 한 번만 드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비슷한 연령끼리 모임을 갖도록 하더군요. 그래서 목사님께 “왜 예배를 더 안 드리고 모임을 강조하느냐”고 물었더니 목사님 대답이 인상 깊었습니다. “성경에서는 사랑을 베풀라고 말하는데, 정작 사랑을 베풀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로 만나며 사랑을 나누라는 의미에서 성도끼리 많이 모이도록 하는 것입니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이덕철 교수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교회뿐 아니라 절이나 성당도 성도들끼리 자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게 하나의 역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눔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김형석 교수 그리고 살다보면 고독 외에도 좌절감이나 절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감정은 소유보다 나눔을 더 가치 있게 여기기 시작하면 저절로 해소됩니다. 욕심을 버리세요. 그래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나도 욕심을 버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얼마전 감사하게도 유한양행에서 유일한상을 제게 줬습니다. 상금이 조금 있었는데, 이 상금을 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후학에 기탁했습니다. 제가 가진 소신 중 하나가 ‘내 노력으로 번 돈은 내가 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돈은 남을 위해 써야 한다’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부디 타인을 위해 행하는 작은 실천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 바랍니다.


“삶을 잘 완결해야 진정한 長壽”


김형석 교수 늙는다는 건 결코 죽음에 다가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삶을 완결한다는 의미입니다. 삶을 완결할 시간이 길게 주어진 것이 바로 장수입니다. 아흔이 넘으니 신체적으로 많이 힘이 듭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아직 의지가 남아 있어서 소명(召命)을 다할 수 있습니다. 정신이 신체를 독려할 수 있는 한계점까지 삶을 잘 완결한다면, 그것이 장수입니다.


이덕철 교수 김 교수님의 인생 얘기를 짧게나마 들어보니, 장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감이 옵니다. 먼저, 틈나는 대로 움직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기초대사량을 올리고, 만성질환을 예방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미 만성질환이 있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학이 발달했기 때문에 만성질환은 꾸준히 관리하기만 하면 정복할 수 있습니다.

균형 잡힌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드는 건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이타적인 삶을 사는 게 아닐까요.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갖고 정신적 교류를 나누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심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사회활동이 활발하면 뇌 신경세포 기능이 올라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요. 다만, 여기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추가돼야 할 것입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기 위해서입니다. 의학이 주는 도움을 마다하지 마세요


자료출처 : 2018. 1. 30. 조선일보 게재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9/2018012900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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