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만의 교육현실은 여러 면에서 우리와 비슷하다. 자원의 부족과 늦은 산업화에 따른 입시 중심의 교육 등, 역사적인 면에서는 물론이고 오늘날 교육이 처한 환경에서도 우리의 현재와 너무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교육은 그 지향점에서 볼 때 우리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지난 토요일 ‘생명교육’을 주제로 한 국제포럼에서 대만 보인대학의 버나드 리 총장은 지난 10년간 대만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생명교육 과정에 대해 보고했다. 먼저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교육을 모든 초·중등과정에 실시했다. 생명교육의 내용에 대해 무지한 교사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한 학기 동안의 교육과정을 설치했다. 나아가 교육당국은 이 과정을 2004년부터는 고등학교에까지 확대하여 필수 과정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10여년에 걸친 생명교육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이들은 이 과정이 단순히 생명에 대한 교육이란 차원을 넘어 학생은 물론이고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음을 체험했다고 한다. 생명교육 과정을 이수하면서 교사들은 입시 중심의 교육에서 느꼈던 자괴감과 소외감을 극복하고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한 것이다. 그들 스스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면서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게 되었다. 아울러 교육이 이루어지는 원리를 깨닫게 되고, 인간성 전체를 바라보게 됨으로써 가르치는 일에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버나드 리 총장은 생명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교육이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가르치는 것”임을 알았다고 한다. 학생들 역시 생명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생명을 살리는 행동을 실천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고했다.
생명교육은 단순히 생명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더불어 사는 존재로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자연과 세계를 같은 존재론적 원리로 받아들이는 지성을 키워가는 것이다. 사람과 자연을 죽이는 문화가 아니라 살리는 문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원리를 일깨우는 것이 교육이어야 할 것이다.
교육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명문대학에의 합격을 위한 것도 아니다. 학문공동체는 결코 산업일 수 없으며, 신지식인을 키워내거나 지식기반 사회에 종사하는 수단 이상이다. 학교는 학문하는 이들이 모인, 연구와 교육의 공동체이다. 이 연구는 세계와 자연, 인간과 사회, 역사와 문화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존재론적 원리를 정초한다. 또한 이러한 원리를 가르치고 알림으로써 학생들이 그 자신으로 형성될 수 있는 내면의 지평을 열어가는 것이 교육이다.
미래 세대를 인간답게 교육시키지 못하는 곳에 미래는 없다.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그 어떤 제도 개선으로도 이 나라의 교육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우리의 교육이 지향하는 방향과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생명교육이 아니어도 좋다. 그 어떤 교육 패러다임으로 우리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교육을 할 것인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갈 교육은 어디에 있는가. 역사와 세계를 보면서, 인간과 자연을 보듬으면서 그러한 원리를 내재화하는 교육은 어디에 있는가. 이 문제는 누가 고민하고 있는가.
〈신승환/가톨릭대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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