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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교육대통령을 기다리며

by 많은이용 2007. 8. 2.
 

교육대통령을 기다리며 [중앙일보 2007. 08. 02.] 

 

  대통령선거가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한나라당 후보들은 공천만 받게 되면 대통령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듯 서로 상대방 후보의 흠집내기에만 여념이 없다. 여당은 너도 나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쳐 대는 군소후보들만 난립해 있을 뿐 과연 누가 여당 후보가 될 수 있을지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은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며, 그 사람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또한 어떤 후보가 이 나라를 이끌고 나갈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고 판단할 시간적 여유도 없게 되었다.


 차기 대통령이 국정을 담당하게 될 앞으로 5년은 국가의 앞날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세계는 지금 문명사적인 대전환이라고 불릴 정도로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식정보사회는 과거의 농경사회나 공업사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회이며,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창의적인 능력과 세계적 경쟁력이 국가와 개인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격변의 시대에 과거의 교육체제만을 고수하게 되면, 제아무리 강대국이라 할지라도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중국과 오스만제국(이슬람국가)은 과거에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세계 ‘초강대국’이었다. 그러나 1550년대 이후 이들 나라는 서구 국가에 뒤처지게 되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원인은 오스만제국과 중국이 당시에 발달된 인쇄술을 활용해 대중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외우고 암송하며 붓글씨 쓰기만을 강조하는 교육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클린턴과 부시, 영국의 블레어, 일본의 아베 등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공업시대 교육의 틀을 부수고, 지식정보사회에 알맞은 새로운 교육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추세를 외면하고, 지식기반사회는커녕 공업화시대에도 뒤떨어지는 구시대적인 교육의 틀을 수십 년 동안 고수해 오고 있다. 현 정권은 획일주의적인 평등관에 사로잡혀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교육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그 결과 1년에도 초·중·고등학생들이 수만 명씩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교육이민이 줄을 잇고 있다. 남아 있는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학교는 다니지만, 학교 와서는 잠만 잔다. 만일 차기 정권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교육이 지속된다면 교육은 글자 그대로 ‘붕괴’되고 말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현 시대의 세계적 흐름을 꿰뚫어 보고, 지식정보사회와 국제화 시대를 이끌고 나갈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해 낼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학교를 설립하고, 학교를 완전히 자율화해야 한다. 능력과 자질이 뛰어난 학생들은 얼마든지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해 주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도 나름의 긍지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나아가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교육강국’인 대한민국으로 앞 다투어 유학을 올 수 있는 교육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구체적인 교육정책, 그리고 세부적인 추진전략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 취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간섭과 통제 위주로 돼 있는 현행 초·중등 및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하고, 교육행정체제를 뜯어고쳐 새로운 교육체제를 추진해 갈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일은 대통령이 미리부터 교육에 대한 확고한 청사진을 가지고 정권 초기 힘이 있을 때 추진해야만 한다.

 대선이라는 정해진 날짜는 다가오는데 이러한 청사진을 토대로 지식기반사회를 이끌고 나갈 새로운 교육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주는 대통령 후보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 오는 것은 한여름의 더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정진곤(한양대 교수·교육학과·사회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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