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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대입 자율화 큰 틀 옳지만 좀 더 다듬어야

by 많은이용 2008. 1. 24.
       [사설] 대입 자율화 큰 틀 옳지만 좀 더 다듬어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어제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내놨다. 폐해가 드러난 수능 등급제는 당장 올해 입시부터 표준점수와 백분위까지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수능 등급제가 시행 1년 만에 폐지되는 것이다. 2013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에서 영어를 없애고 언제나 응시할 수 있는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수능 과목은 최대 4개로 줄어든다. 입시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혁신적 내용이라고 본다.

수능 등급제 폐지는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정이다. 노무현 정부는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수능 등급제를 강행했다. 수험생의 입시 부담과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학생·학부모와 대학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학생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결함 탓이었다. 오죽하면 ‘로또 수능’이란 말까지 나왔겠는가. 국가시험이 조롱받는 처지가 됐고 1년 만의 입시제도 변경으로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새 정부는 이번 수능 등급제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대입 혼란을 되풀이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당장 새 입시안부터 꼼꼼히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문제점이 적잖을 것이라고 본다. 수능 과목 축소만 해도 그렇다. 입시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기피 과목 경시로 인한 학교 교육과정의 파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학교 영어교육 체제가 확 바뀌지 않고선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입시제도의 잘못은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서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는 걸 바로 지난해 입시에서 확인하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인수위가 다 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인수위는 입시 자율화라는 기틀을 마련한 걸로 역할이 충분하다고 본다. 이제 세부 사안은 새 정부의 관련 부처에 맡기는 게 맞다.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입 혼란을 되풀이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중앙일보 2008.1.23.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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