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나무가 배나무이다. 산언덕 자락의 하얀 배꽃이 꽃망울을 터뜨린 것을 보고 있으면 겨우내 막혔던 가슴이 확 트인다. 제사상의 주된 과일은 대추, 밤, 감, 배이다. 배나무는 수명이 긴 데서 장수(長壽)를 상징하고, 특별한 소망과 관련이 있는 전통적 과일로 건강· 희망· 벼슬을 표상하기도 한다.
겨우내 막혔던 가슴을 확 뚫어준다 배나무와 산돌배는 장미과(Rosaceae)에 속하는 교목성 낙엽과수이다. 학명은 "Pyrus ussuriensis var. macrostipes"이다. 잎보다 꽃이 먼저 4월에 피고, 열매는 둥글며 껍질은 연한 갈색으로 속살은 희다. 열매는 9월에 생과(生果)로 먹을 수 있다. 예부터 고실네· 황실네· 청실네 등 여러 가지 배품종이 재배되었으나, 산자락에서 배나무와 야생인 산돌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고 있는 품종들은 거의가 일본 배이다. 배나무는 토양이 척박해도 열매를 잘 맺고 잘 자라기 때문에 심은 후 3∼4년 후면 수확이 가능하고, 30∼40년간 관리를 잘하면 경제적 재배가 가능하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나무가 배나무이다. 산언덕 자락의 하얀 배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겨우내 막혔던 가슴이 확 트인다. 제사상의 주된 과일은 대추(棗:조), 밤(栗:율), 감(枾:시), 배(梨:리)이다. 배나무는 수명이 긴 데서 장수(長壽)를 상징하고, 특별한 소망과 관련이 있는 전통적 과일로 건강·희망·벼슬을 표상하기도 한다.
사과는 붉은색이며 하트 모양을 닮았기 때문에 사랑의 상징으로 표현되지만, 배는 심장형으로 애정을 상징한다. 예부터 사과를 주는 행위는 사랑을 고백하지만, 배를 쪼개어 나눠 먹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연인이나 친척, 친구 간에는 배를 나눠 먹지 않는다. 이는 배 리(梨)의 음이 분리(分離), 이혼(離婚)의 리(離)와 ‘음’이 같기 때문이다. 또한 죽은 사람의 영혼이 땅에 내려와 가족 중의 한 사람을 데려간다고 믿는 속설이 있어 칠석날에는 배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
삶에는 배(梨) 속담이 많다. 사자성어에서 오비이락(烏飛梨落)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뜻으로 이는 "배가 맛있는 과일"이라는 애칭이다. 이외에 “배 썩은 것은 딸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 "배 먹고 이 닦는다", "떫은 배도 맛들일 탓이다" 등이 있다.
소고기 먹고 체했을 때는 배를 먹어라 배나무 아래 송아지를 매어 놓았더니 송아지는 온데간데없고 고삐만 남았다는 이야기는 배가 소화효소 작용이 뛰어나 고기를 연하게 한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전설화에서 "배가 송아지를 먹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는 소고기를 먹고 배를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는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도 민간에서는 소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는 생배를 먹는다.
가슴의 답답함과 기침을 치료한다 현대인의 화두(話頭)는 건강과 행복이다. 현대인은 육신의 병 못지않게 정신적인 마음의 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잦은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cortisol)이 몸 안에 축적된다. 총체적인 스트레스는 끊임없이 물리적, 심리적 자극을 준다. 이는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행동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은 배를 평상시에 상복하면 배의 시원하고 상큼한 맛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오염된 환경에 사는 사람은 식용으로 배가 좋다. 민간에서는 배는 '담(痰), 기침, 변비, 이뇨'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즙+생강즙+꿀을 타서 상복하면 해수(咳嗽:기침)에는 특효약이다. 원기가 부족하여 기력을 회복하고자 할 때는 배에 꿀을 넣고 통째로 구어 먹으면 좋다. 과일 중에서 배는 수분이 많고 시원하고 상큼한 맛을 주기도 하지만, 당분과 수분함량이 많아 주로 생과로 이용되고, 고기를 재는 데, 육회를 먹을 때, 냉면이나 김치를 담글 때 등에 많이 이용된다. 이밖에 통조림, 넥타, 잼, 식초, 사탕조림, 약용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된다.
중국 전통의서에 당나라 무종왕(武宗王)이 오랜 기간 동안 앓았던 마음의 병을 한 도인이 배즙으로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고, 담병(痰病)이 있는 사람이 매일같이 배 40개를 먹고 나았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현대 의학에서 배(梨)가 명치1)를 이롭게 한다 하여 ‘이(利)와 목(木)’을 합쳐서 배(梨)로 부르게 되었다는 속설과 일치한다. 그래서 예부터 선(禪)이나 기(氣)를 수련하는 사람이 즐겨 먹는 과일이 배이다.
중국의서인『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배는 기침을 치료하고, 소갈(消渴 : 당뇨병)을 치료하고자 할 때는 매일같이 먹어야 한다, 특히 심장에 열이 있어 나는 갈증에 좋다"고 했고,『의학입문』에서 "기침으로 가슴이 더부룩하면 좋은 배를 골라 속을 빼고 배 속에 꿀을 넣어 쪄서 먹으면 낫는다"고 했다.
배의 효능 배나무 껍질 달인 물을 버짐과 옴을 치료하는 데 썼다. 또한 배나무 잎을 진하게 달여 마시면 복통을 멎게 하고, 산돌배나무 잎을 삶은 뒤 즙을 내어 상복하면 버섯중독이나 구토 증세에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지와 잎을 달여서 토사곽란2)에 썼고, 배나무 껍질은 잘 말려서 달여 상복하면 폐(肺)와 답답한 가슴을 다스릴 수 있다. 이질에는 콩만한 배를 태워 먹으면 낫는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배는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속이 냉하거나 설사를 하는 사람은 맞지 않는다.
하얀 배꽃은 문인(文人)들의 사랑을 받아 이화(梨花)를 소재로 한 노래가 즐겨 등장한다. 봄에 하얀 배꽃 따서 술을 담그는 것을 이화주(梨花酒)라 하고, 배로 담근 술을 이강주(梨薑酒)라 한다. 이강주와 배+생강+꿀=이강고(梨薑暠 : 기침약)의 명맥을 이어오는 곳이 전주이다. 배나무는 매끄럽고 단단하여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의 일부도 돌배나무로 만들었고, 다식판이나 염주알·주판알·가구재 등으로 쓰인다.
기혈(氣穴)을 뚫어주는 청배이야기 세상에는 환경에 적응해서 수백 년 동안 긴 세월을 살아온 수목(樹木)들이 있고, 독특한 식물의 생명 공동체가 형성된다. 당당한 노거목(老巨木)은 그곳 경관의 아름다운 상징임과 동시에 향토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귀중한 문화적 유산이다. 이러한 유산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소중하게 보호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담과 전설에는 나무의 신성함, 삶과 관련한 것이 많다. 명목(名木)은 학술인 가치, 역사적인 유물, 풍치상으로 뛰어난 뜻을 지니고 있다. 한국에서는 노거목에 신성을 부여한다. 동신목(洞神木), 서낭나무(城隍木), 당산목(堂山木) 등으로 숭상의 대상이 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과실이 열리는 나무로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청배나무3)가 있다. 보통 배나무와는 달리 청배는 심은 지 300년 만에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린다. 전설에 의하면 청배 한 개를 먹으면 막혔던 기혈(氣穴)이 뚫려서 몸이 구름처럼 가볍다고 산도인(山道人)이 구전심수(口傳心授)로 전한다.
세계에서 딱 한 그루인 청실배나무는 수령이 500년이 넘고, 그 높이가 18m, 가슴둘레 3m, 가지는 동서남북으로 각기 7~9m 가량으로 천연기념물 제386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겨울철에 청배나무 밑에 물을 담아두면 고드름이 거꾸로 솟아오르는데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氣)의 현상이다. 모진 세월 속 강한 태풍 속에서도 살아남은 신비의 청실배나무는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전북 진안 마이산에서 기도를 하고 그 증표로 마이산 은수사(銀水寺)에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 정구영 약산대체의학연구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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