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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음

겨울사랑/구재기

by 많은이용 2011. 1. 22.

겨울사랑

 

                                                                                                   글: 구재기

겨울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겨울은
제 몸을 돋구어 바람이 된다
텃밭가 짚눌에서 지푸라기나 날리다가
두렁배미 얼음장 위에서
싸래기눈으로 미끄러져 흐르다가
햇살 환한 대낮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 같은 눈물이 된다
그렇다. 여름 내내 자라오다가
꽃으로 피고 지고, 꽃으로 말라버린
이름 없는 들꽃의 생애처럼
제 소리나 가꾸며 살아갈 뿐이다

겨울은 홀로 가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
어느 초가집 부엌에서
빈 솥을 긁어대는 가난 소리로
어느 집 안방 불빛으로 새어나오는
넉넉한 웃음소리에도
제 스스로 차가운 겨울은
제 슬픔을 소중히 할 뿐이다
제 사랑의 아픔까지도 소중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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