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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음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 이해인

by 많은이용 2011. 1. 26.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 이해인


첫눈, 첫사랑, 첫걸음

 

첫 약속, 첫 여행, 첫 무대

 

처음의 것은

 

늘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순결한 설레임의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새해 첫날

 

첫 기도가 아름답듯이

 

우리의 모든 아침은

 

초인종을 누르며

 

새로이 찾아오는 고운 첫 손님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나팔꽃 같은 얼굴에도

 

사람의 무거운 책임을 지고

 

현관문을 나서는 아버지의 기침 소리에도

 

가족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하는

 

어머니의 겸허한 이마에도

 

아침은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새 아침의 사람이 되기 위하여

 

밤새 괴로움의 눈물 흘렸던

 

기다림의 그 순간들도

 

축복해 주십시오, 주님.

 

 


'듣는 것은 씨 뿌리는 것

 

실천하는 것은 열매 맺는 것'이라는

 

성 아오스딩의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가 너무 많이 들어서

 

겉돌기만 했던 좋은 말들

 

이제는 삶 속에 뿌리 내리고 열매 맺는

 

은총의 한 해가 되게 하십시오.


 

 

사랑과 용서와 기도의 일을

 

조금씩 미루는 동안

 

세월은 저만치 비켜 가고

 

어느새 죽음이 성큼 다가옴을

 

항시 기억하게 하십시오.


 

 

게으름과 타성의 늪에 빠질 때마다

 

한없이 뜨겁고 순수했던

 

우리의 첫 열정을 새롭히며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하는 일

 

정을 나누는 일에도

 

정성이 부족하여

 

외로움의 병을 앓고 있는 우리

 

 

 

가까운 가족끼리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

 

잘못해서 부끄러운 일 많더라도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밝은 태양 속에 바로 설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길 위의 푸른 신호등처럼

 

희망이 우리를 손짓하고

 

성당의 종소리처럼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는 새해 아침

 

 

 

아침의 사랑으로 먼 길을 가야 할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미사봉말글샘터 - 좋은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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