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가볼만한 곳-충북 청주 봄나들이2011-03-07
옛이야기 가득한 그곳에서 봄날의 명상에 잠기다
긴긴 겨울이 물러나고 이제 봄이다. 추위로 굳어 있던 생체리듬도 기온이 올라가면서 점차 녹아내리고 있는 이즈음이다. 몸도 마음도 바쁜 3월, 뭔가 새로움을 찾아 가족여행을 떠나보자. 집을 나서는 순간, 마음에 쌓인 답답함이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조선시대 산성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당산성(사적 제212호)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상당산(해발 491m)의 능선을 따라 둘레 4.2㎞, 높이 4~5m의 성곽을 쌓아, 걷는 길 내내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사진은 충북 청주 상당산성의 공남문.
맑은고장, 빛나는 역사가 숨어있는 자연속으로 …
충청도의 중심지인 청주. 이렇다 할 볼거리는 많지 않지만 여행자들을 묘하게 잡아끄는 매력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파트촌과 번화한 거리는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지만 빼어난 자연풍광과 이 땅의 내력을 말해주는 역사적 문물들을 하나하나
돌아보노라면 그렇게 정겨울 수 없다.
청주는 어디서나 쉽게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다. 땅길(중부와 경부고속도로), 하늘길(청주공항), 철길(청주역)이 고루 트여 있어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도 다녀올 수 있다. 충청권의 대표 도시답게 언제 가도 활력이 넘친다. 여기에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갖추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청주의 관문인 가로수길
청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가로수 길을 만나게 된다. 청주의 명물이 된 가로수 길은 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에서 가경천 죽천교까지 이어져 있다. 총 길이 4.4km. 잘 포장된 4차선 도로 양쪽으로 심어진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는 사철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파리를 다 떨어뜨린 이즘에도 그 모습이 독특하다. 1948년에 심은 플라타너스는 훤칠한 키와 굵은 둥치로 한층 멋스럽다. 오가는 사람들은 이 플라타너스를 보며 잠시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인다. 우리나라 가로수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들으며 ‘아름다운 거리숲 대상’을 수상한 적도 있는 청주 가로수 길은 종종 달력 사진이나 CF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하고, 옛 영화 ‘만추’, TV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장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플라타너스 길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갖춰져있다.
생태하천으로 바뀐 무심천
청주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무심천도 가로수 터널 못지않게 아름답다. 사철 독특한 색깔로 옷을 갈아입는데, 청주 시민들의 휴식처요, 자연학습장이다. 한자말에서 보듯 무심천(無心川)은 욕심 없고 유순한 청주 사람들의 심성이 그대로 녹아있다. 생태 복원으로 다시 살아난 무심천엔 물고기가 눈에 띄게 늘었고, 언제부턴가 철새들이 날아들고 있다. 봄이면 유채꽃과 벚꽃이 만발하고, 여름의 끝자락엔 메밀꽃이, 가을이면 갈대 흔들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곳곳에 쉼터와 놀이시설을 갖추어 놓았고 하천 옆으로 자전거길도 열려 있다.
무심천은 청원군에서 발원해 남서쪽으로 흘러 남일면 상대리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청주시내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미호천에 합류, 다시 금강을 거쳐 서해에 이르는 전체 길이 34.5㎞의 생태하천이다.
무심천도 한때는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하천을 거슬러 오르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가 하면 해마다 찾아오던 철새들도 자취를 감췄다. 세월이 흐른 지금, 무심천은 다행스럽게도 생태하천으로 변모했다. 여름이면 멱을 감고 겨울에는 썰매를 타며 아낙네들이 나와 빨래를 하던 옛 모습은 찾을 수 없지만, 물고기와 철새들이 다시 날아들고 철마다 들꽃이 피어나니 이보다 좋을 수 있으랴.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무심천 살리기 운동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걷기좋은 길, 역사가 있는 상당산성
무심천을 둘러보고 상당산성으로 간다. 상당산성은 삼국시대 백제의 상당현(上黨縣)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둘레 4.2㎞, 높이 4-5미터에 이르는 산성은 벽면을 수직으로 잇고 그 안쪽에 토사를 쌓아 올린 이른바 ‘내탁공법’으로 축조되었다. 동, 서, 남쪽에 3개(동문, 서문, 남문)의 문을 두었고 3문 모두 문루를 갖추고 있다.
또한 2개(동암문, 남암문)의 암문(비상구)과 치성(雉城) 3개소, 수구(水口) 3개소가 있다. 상당산성의 정문인 공남문은 그 형태가 무지개처럼 생겼는데, 문 안으로 들어가 문루에 서면 청원땅 낭성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매월당 김시습의 시비가 서있는 공남문 앞 잔디밭에서 공남문을 올려다보면 우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최근 상당산성에서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터, 기와, 토기, 자기 조각 등이 대량 발굴되기도 했다.
한편, 상당산성 아래에는 30여 가구의 한옥들이 들어선 산성 한옥마을이 있다. 고풍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한옥 골목길을 찬찬히 둘러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잘 단장된 기와집에 들어서면 지게, 낫, 호미, 물레방아 같은 옛 물건들을 볼 수 있고, 마을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닭백숙, 보리밥 같은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마을 앞에 있는 저수지는 1943년 수문(水門)이 홍수로 없어진 후 만든 것이다.
지난 천년 가장 위대한 발명, 금속활자
청주는 뭐니뭐니해도 직지(直指)의 고장이다. ‘직지’는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에서 온 말이다. 즉, 참선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을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지난 천년 동안 일어난 가장 위대한 사건이라는 금속활자의 발명은 인류문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정보혁명의 4단계라는 컴퓨터도 궁극적으로는 금속활자가 밑거름이 되었다. 양병산 동남쪽 기슭, 옛 연당리 마을(지금의 운천동)에 들어선 청주고인쇄박물관과 흥덕사지는 금속활자의 우수성과 역사적 배경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고인쇄박물관 은 정면을 중심으로 양쪽 벽면에 직지 금속활자판을 길게 늘어놓아 눈길을 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직지의 제작과 인쇄과정을 모형으로 볼 수 있고 국내외 인쇄문화의 발달사도 자세하게 살필 수 있다. 두 손으로 금속활자를 시연해 보고 활자로 단어 찍기, 표지 문양내기, 한지 뜨기 같은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체험은 초등학생 4학년 이상과 성인에 한해 할 수 있으며, 재료비는 6천원이다.
한편,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 중 직지를 인쇄하는데 사용된 ‘자비도량참법집해’와 ‘신편산학계몽’ ‘노자권재구’ 등 3종 6점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고인쇄박물관 옆에 있는 흥덕사지(興德寺址, 사적 제315호)는 그동안 문헌으로만 알려져있다가 1985년 운천 지구 택지개발사업 중 발굴된 청동그릇, 철불나발, 기와 같은 유물을 통해 비로소 정확한 위치가 밝혀지게 되었다. 사찰의 창건 연대와 규모는 알 수 없으나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 이곳에서 인쇄되었다. 이는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70여 년이나 앞선 것이다. 흥덕사지에는 정면 5칸, 측면 3칸 겹처마 팔작지붕의 금당과 3층석탑이 남아 있다.
인근에 있는 백제유물전시관(사적 제319호)에도 들러보자. 일찍이 백제시대의 고분군이 밀집했던 지역으로 지금까지 6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중부권 최대의 고분군으로 확인됐다. 전시관에 들어가면 무덤에서 발굴된 토기, 철기, 장신구를 비롯해 고분축조 과정과 신봉동 집터 모습 등을 재현한 실물을 볼 수 있다.
골목마다 정겨운 이야기가 있는 수암골
수암골은 ‘청주의 어머니산’이라 불리는 우암산 아래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이다. 어른 한 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판잣집 골목들은 70년대의 어느 달동네를 연상시키지만, 근래 들어 청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뜨고 있다.
막을 내린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뜻을 모은 화가들이 무표정한 마을 벽에 그림옷을 입히면서 마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가 빵을 만들던 세트장 팔봉제과점은 드라마가 끝난 지금까지도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골목길은 언제나 정겹다. 옛 사람들은 골목길을 가장 정다운 낙원으로 생각했다.
그곳은 삶의 애환을 털어놓는 열린 공간이었고,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는 쉼터였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아이들은 학교가 파하면 골목으로 나와 술래잡기, 말 타기, 자치기, 구슬치기, 줄넘기, 공기놀이 등을 즐겼다. 수암골은 서민들의 애환과 정겨움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심 속 영화세트장 같은 곳이다.
김기창 화백이 보여준 예술혼
청주땅을 밟았다면 근교에 있는 운보 김기창 화백(2001년 1월 별세)이 말년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던 ‘운보의 집’ 에도 들러보자. 청각 장애라는 굴레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근대화(近代畵)의 거목으로 우뚝 선 운보는 이곳 살림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넓은 터에는 선생의 체취가 묻어 있는 살림집을 비롯해 미술관, 도예공방, 아트숍, 야외수석공원 등이 있다. 행랑채와 안채로 이루어진 고택(운보의집)은 고풍스럽기도 하려니와 연못과 정자 등을 적절히 배치해 집안 조경이 일품이다.
운보미술관은 그가 남긴 각종 유품을 보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도예공방에서는 각종 생활도자기를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아트숍에서는 운보의 판화작품과 기념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관람료는 어른 4천원, 어린이 2천원이다.
가까운 곳에 세계 3대 광천수 중의 하나인 초정약수터가 있다. 청원군 북일면 초정리에서 나오는 천연 탄산수로,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에 발견되었다. 초정 약수터 부근에는 광천욕을 할 수 있는 초정약수탕이 있다. 대욕장에 초정약수가 담겨 있어 성인병과 피부 미용 효과를 보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김초록 여행 칼럼니스트
/여/행/정/보/
상당산성 순회 코스: 공남문(남문)-남암문-서문-동암문-동문,동장대-저수지(한옥마을)-남문(산행거리 4.2km, 1시간 30분 소요), 어린이회관 주차장-우암산 순환로-음료수대-성벽-미호문-북장대-진동문, 산성마을(산행거리 3km, 1시간 40분 소요). 상당산성 관리소: 043-200-2227.
가는길
대중교통: 서울, 대전, 천안, 수원, 인천 등지에서 청주행 버스가 수시로 있다.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으로 나오면 시내 방향 3분 거리에 가로수터널이 펼쳐진다. 무심천은 시내 한복판(사직동, 중앙동, 운천동, 성안동)에 길게 걸쳐 있다. 고인쇄박물관(흥덕사지)은 중부고속도로 서청주 나들목에서 봉명사거리를 지나 청주 예술의 전당 건너편에 있다. 시내에서 832번 버스를 타고 고인쇄박물관 앞에서 내리면 된다.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831, 831-1번 버스를 타도 된다. (중부고속도로 서청주 나들목-봉명사거리-우암산순회도로-상당산성 남문. 청주시내에서 상당산성행 시내버스 1일 10회 운행, 30분소요) 수암골은 청주시내에서 시청→우암초→혜원정사→표충사 윗마을→우암산 아래(수암골을 알리는 팻말이 있다)로 가면 된다. 운보의 집은 청주-충주간 국도를 타고 내수읍에서 속리산 쪽으로 가다 삼거리에서 우회전(이정표 보임)한다. 운보의 집에서 초정약수터까지는 10분 거리다.
묵을곳과 먹을거리
청주 시내에 있는 라마다플라자청주호텔(043-290-1000), 명암파크관광호텔(043-257-7451), 백제관광호텔(043-236-7979), 뉴베라관광호텔(043-235-8183) 등을 이용한다.
청주는 한정식이 유명하다. 가람한정식(043-223-7749), 가화한정식(043-221-0231), 무궁화한정식(043-237-6612), 섬섬옥수(043-254-5577), 미래지(043-256-2040), 무학당정식(043-257-0707) 등. 상당산성 한옥마을에도 오리한방백숙, 묵밥, 엄나무백숙, 감자탕, 도토리묵 등을 내놓는 식당들이 여럿 있다.
자투리정보
청주시청문화관광과(043-220-2231-4), 청주고속버스터미널(043-238-8880), 시외버스터미널(043-235-6543),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여행지를 한결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청주문화원 앞 이나 여행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출발하며 참가비는 무료다. 월요일은 제외. 이용 문의: 청주문화원(043-265-3624)
문의전화
고인쇄박물관 043-269-0556
백제유물전시관 043-263-0107
운보의 집 043-213-0570
초정약수원탕 043-213-6060
초정약수스파텔 043-210-9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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