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린모어 초등학교
매해 교육과정·교과서 새로 마련
토론하며 결과 얻는 수업방식 보편화
글 이영숙 대전 성룡초 교사
01. 02. 린모어 초등학교
린모어 초등학교(Rynmore primary school)는 뉴질랜드 북섬 로토루아(Rotorua)에 위치하고 있다. 잔디로
둘러싸인 건물 주변에는 다양한 체육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정비된 여러 개 경기장이 널찍하게 따로 있었다.
1층으로 넓게 펼쳐진 교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에게 필요한 특별실들이 눈에 띄었다. 학교에
들어서자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맨발로 뛰어노는 학생들이 많았다.
매해 교육과정 달라 통일된 교과서 없어
뉴질랜드는 국가교육과정이 주어지면 각 학교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계획한다. 학교마다 학교
교육과정에 맞게 매해 교과서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통일된 교과서가 없다. 학교장은 보다 나은 학교 교육
과정을 수립하기 위해 교사들과 매일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에 대해 토의하고 교육과정을 수정해 나간다.
교과서가 없기 때문에 매해 새로운 교육이 펼쳐진다. 학생들은 선행학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또한 학교에서 예체능을 비롯하여 다양한 활동을 오후 3시까지 실시하기
때문에 따로 학원을 가야할 필요도 없다.
수업은 매 학기 주제별 프로젝트 학습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보다 좋은 해결책을 찾아가게
된다. 그래서일까? 학생들은 모둠 활동에서 토론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었다. 교사가 없이도 그들 스스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일상생활 속에 토론이 생활화되어 있음을 알게 했다.
학생 개인 존중하는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린모어 초등학교의 기본 이념은 친절, 존경, 책임, 정직, 인내이다. 각 교실마다 칠판에 학생들 각자의 기본
이념 실천 카드가 붙어 있었고, 이를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 표시하고 있었다. 그저 구호에 지나지 않고
매일 실천하며 기본에 충실한 학교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교실 안은 온통 학생들의 학습 소산물로 빈틈이 없었다. 깔끔하게 꼭 필요한 것만을 전시하는 우리의 교실
모습과는 달라서 어떻게 저 많은 것을 붙여두었나 싶을 정도였다. 수많은 사진과 사방 벽면을 덮고 있는
작품들은 학생들의 자랑거리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그 작품들을 통하여 학생들이 어떻게 교육을 받고 있는지
짐작이 가능했다.
교사들은 학급의 수업 공개에도 거리낌이 없어보였다. 특별한 가식도 없이 고스란히 보여주어 자연스러운
교수·학습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학생들의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져 수업의 주인이 학생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수학 수업을 받고 있는 3학년 학생들의 교실에 들어서니 학생 수가 30명 정도였다. 교사는 10여 명
남짓한 학생들을 앞에 모아 놓고 수업을 하고 있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각자 모둠을 이루어 토론을 하고
있었다. 모둠마다 교재와 학습내용이 달랐다.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개인차를 인정하고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차시 운영의 속도도 다르게 진행하고 있었다.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들은
‘I'm not sure’부터 ‘I can do it’까지 6가지 카드 중 각자 자기의 수준에 맞게 들어 보이며 문제를 풀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모르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이었다.
04. 05. 린모어 초등학교는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매우 강조한다.
예체능 즐기며 직접 체험하는 교육 강조
독서 교육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지만 특히 이 학교는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매우 강조한다. 학생
수준에 맞는 동화책을 매일 2~3권씩 가방에 넣어주고 읽어온 것을 확인하고 있다. 교사가 모든 학생의 읽기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학생에게 맞는 교재를 선별하여 가방에 넣어주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교사들의 ‘강의 준비실’에는 초급부터 고급까지 학생 수준에 맞게 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읽기교재가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도서실에서는 독서수업이 한창이다. 친숙함을 더하기 위해 도서실 곳곳에 인형과 학생들의 독후 활동
작품이 책의 종류에 맞게 진열되어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일을 한다.
수영장으로 가는 길에 수영 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가는 1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었다. 네트볼(여성에 맞게 변형된 농구), 발리볼, 하키, 크리켓(11명이 두 팀으로 나눠서 하는 야구와
비슷한 경기) 등 다양한 스포츠 팀이 있는 이 학교는 운동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체육 강사가 별도로
있다.
커다란 무대가 있는 강당에서는 2학년 학생들이 주1회 실시되는 반별 특색 발표회를 준비하고 있었고,
방송실에는 최신 유행하는 다양한 영화의 포스터가 익살스럽게 걸려있었다. 학생들 스스로 붙여 놓은
것이리라. 교내 방송 역시 학생들이 계획을 세우고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방송을 한다. 학생들 스스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했다.
06. 교실 안은 온통 학생들의 학습 소산물로 빈틈이 없다.
뉴질랜드 교육의 키워드는 ‘배려’
뉴질랜드 교육의 키워드는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원주민인 마오리족과 와이탕이 조약을 체결
하여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원주민과 어우러져 살아가며, 서로 배워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영어와 더불어
마오리어도 자국어로 인정하고 있으며, 매주 마오리족의 문화를 배우는 시간을 정하여 서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사회는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배려’는 이민자 교육에서도 느낄 수 있다. 린모어 초등학교에도 해외에서 이민 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이민자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 ESL(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제2언어로서의 영어)
교육을 맡고 있는 교사가 따로 있었고, 학교장은 이민 온 학생들의 이름과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린모어 초등학교를 둘러보는 동안 필자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자연에서 느끼고 깨닫고,
문제 푸는 원리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한데 토론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무시하고 쉽게 문제 푸는 방법을 알려주고 빨리 외우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세계 최고의
첨단 교육 시설과 교육 인프라, 훌륭한 교사들을 갖추고도 교육의 결론을 도출함에 있어서 너무 성급하여
학생들의 행복을 송두리째 성적과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아이들도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치게 될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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