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의 새 모델 ‘자유 발도르프학교’

미래교육의 새 모델 ‘자유 발도르프학교’

‘도덕적 인간화’에 교육과정 초점

                                                            글 허영록 강남대 교수·사단법인한국발도르프교육협회

 

독일의 발도르프(waldorf) 교육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곳곳에 1,000여 곳의 자유 발도르프 학교와 2,000여 곳의 유치원이 있으며 교육대학과 예술대학도 있다. 그 외에도 병원 및 치유시설, 생명역동농학(Biodynamic-Agriculture)을 근거로 한 농장, 식품회사와 제약회사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발도르프 교육을 창시한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1994년 9월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세계교육부장관회의 제44차 스위스 제네바회의에서 ‘21세기 개혁교육의 모델’로 지정되기도 한 발도르프 교육을 소개한다.

01. 자유 발도르프 학교의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소질과 재능을 살린 다양한 과목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사진은 학생들의 음악시간 모습.

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에 최초의 자유 발도르프 학교가 설립되었다. 그 후 유럽의 많은 나라들과 북미·남미·호주·뉴질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일본·인도·필리핀·대만·싱가포르 등지에 생겨났으며, 최근 중국과 한국에서도 초기적인 발도르프 학교들이 생겨나고 있다. 발도르프 교육은 80~90년대에 잠시 유행했던 대안교육이 아닌, 지난 9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는 교육이다.

 

인간 발달 단계를 중시한 미래교육

독일의 자유 발도르프 학교는 가톨릭 학교와 개신교 학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사립학교에 속한다. 공립학교가 아닌 국가인정 사립학교로 제도화되어 일반교육체제 안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독일정부로부터 학교재정의 70%에 이르는 재정을 지원받고 있다. 발도르프교육은 1919년 창설 이후로 다른 사립학교에 비해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발도르프 교육이 9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학부모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발도르프 교육이 ‘미래교육’이기 때문이다. 설립 당시부터 아이들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 자유 발도르프 학교는 교육과정의 중심인 ‘일반 인간학’을 근거로 하여 지금도 교육하고 있다.

자유 발도르프 학교의 ‘자유’는 발도르프 학교 설립자인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의 교육 원리이다. “학교는 온전히 자유로운 정신의 삶에 근거해야 한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앞서 그 인간에게 어떤 소질이 있으며 무엇이 그 속에서 계발될 수 있을지 물어야 한다.”는게 슈타이너가 강조한 ‘자유’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자유 발도르프 학교는 당시 독일의 학제에 맞추어 13학년 때 아비투어(독일 대학입학자격능력시험)를 취득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비투어에 합격해야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발도르프 교육은 철저하게 인간의 이해, 즉 인간 발달의 단계에 맞추어져 있다. 그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로 파악한다. 따라서 수업 역시 인간 내면의 자유에 목적을 두고 있다. 자유를 향한 교육의 여정에서 인간의 지성, 감성, 의지성의 균형적인 발달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이를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 실행력이 형성되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02. 최근 발도르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도르프교사 양성과정도 인기다. 사진은 국내 발도르프 교사양성과정 모습.

 

학생들의 소질과 재능 살린 교육과정

자유 발도르프 학교의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소질과 재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1학년 때부터 일반적인 과목과 함께 다양한 예술 수업들이 시작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은 창조적인 능력과 체험력을 배우게 된다.

03. 자유 발도르프 학교는 1학년부터 8학년까지 한 교사가 담임을 맡는다. 사진은 저학년 아이들의 수공 수업시간.

 

발도르프 교육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수업방식으로는‘에포크 수업’이 있다. 에포크 수업은 과목별(국어·역사·수학·자연과학 등) 한 과목씩 매일 오전 2시간 정도 같은 과목을 집중적으로 3~4주간 수업하는 것을 말한다. 집중 수업이 끝나면 이후 몇 달 동안은 이 교과의 수업은 하지 않는다. 에포크 수업은 집중적인 학습을 통해 아이들이 학습 내용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한 예술 수업이나 영어·불어·러시아어 등 외국어는 전문 수업시간인 오후에 이루어진다.

자유 발도르프 학교는 교과서가 따로 없다. 수업 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학생 스스로가 직접 그리고 써서자신만의 책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하여 학생들은 수업충실도와 집중력,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학생들이 만든 과목별 책을 통해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발전 상황과 성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자유 발도르프 학교는 관례적인 성적평가체계를 없앴다. 성적표에는 성적 등급 대신 담임교사의 상세한서술 평가가 쓰여 있어서 아이의 성과에 대한 진전 상황이나 개별 과목들에 대한 노력들을 볼 수 있다. 단, 8학년까지는 점수가 게재되어 있지 않은 성적표가 부모에게 전달되지만, 고학년부터는 현실 교육제도에 상응하는 등급화된 평가를 작성하여 기존 공립교육제도의 형식에 맞추어 대학입학자격 시험을 치르고 있다.

04. 자유 발도르프 학교는 교과서가 따로 없다. 학생들은 수업내용을 직접 그리고 써서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낸다.

 

8년 동안 한 담임체제…

학생들의 성향 파악 용이 자유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성공적인 학교교육을 위해 교사 양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교에 입학한 뒤 1학년부터 8학년까지는 한 교사가 담임을 맡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의 개인별 특성 및 성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이후 9학년에서 13학년까지는 여러 전문 분야의 교사들이 과목을 담당한다. 담임교사는 쓰기·읽기·말하기·셈하기·역사·지구학·물리·화학·자연학 등을 가르치고, 음악·체육 등 예체능과 영어·불어·러시아어 등 외국어 과목은 전문 교사들이 담당한다. 이곳의 교사들은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믿고 있다. 교사들은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며, 놀이를 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서 잠재된 능력을 일깨워 낸다.

학교 운영 역시 매주 동료 간의 교사회의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교사들은 모두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학교 구성과 교육의 모든 문제들을 자문하며 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매년 국립 교육관청에서 나오는 고등과정 졸업시험(10학년)과 대학입학 자격시험(13학년) 결과 통계자료를 보면 발도르프 교육학의 교육과정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는 발도르프 교육이 교육과정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시험도 대비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결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