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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날 선 공방 90분, 한국의 오바마를 키워내는 시간

by 많은이용 2013. 10. 14.

날 선 공방 90분, 한국의 오바마를 키워내는 시간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프로그램… 인헌中서 리더 양성 위한 토론 수업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인헌중학교 학생들이‘토론 수업’에 앞서 대학생들과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인헌중학교 학생들이‘토론 수업’에 앞서 대학생들과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아크로폴리스 제공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아십니까. 능력이 다른 토끼와 거북이를 한 반에 밀어 넣어서야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노래 잘하고, 체육 잘하는 학생도 공부를 못한다고 열(劣)반에 가야 합니까. 재능에 순위를 매길 순 없습니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인헌중학교 한 교실. 이 학교 아이들 10여명이 절반으로 나뉘어 '우열반은 필요한가'를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팽팽한 토론 공방을 펼쳤다. 토론이 끝나자 아이들을 지켜보던 5명의 서울대생은 3대2로 '우열반 찬성' 측의 논리에 손을 들어줬다. 이긴 아이들은 환호했고, 진 아이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던 서울대 기숙사 사감 김태완 교수가 강단 앞으로 나왔다.

"여러분,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승자와 패자가 힘을 모아 사회 공익을 위해 '어떻게'를 고민하는 자세를 배워갔으면 좋겠어요."

이날 토론 수업을 진행한 대학생들은 서울대 토론 프로그램 '아크로폴리스' 회원들이다. 아크로폴리스는 클린턴·오바마와 같은 국가적 지도자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생활형 토론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몇 시간에 걸친 독서와 토론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온 이들은 지난달부터 지역 아이들을 위해 방과 후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토론의 사회를 본 아크로폴리스 김준태(23·정치외교학부)씨는 "승패를 떠나 상대 주장을 곱씹어 보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며 "아이들에게도 이런 깨달음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전략과 논리보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강조했고, 토론의 본질이 승패를 떠나 사회 발전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인헌중 최등자(49) 방과후부장은 "중간고사 이틀 전인데도 아이들이 부모 만류를 뿌리치고 수업에 참여했다. 아이들도 그만큼 수업이 유익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교관이 꿈이라는 정수민(14)양은 "세계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선 남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아크로폴리스 프로그램을 만든 김태완 교수는 "오바마 같은 세계적 지도자를 분석해 보니, 어릴 적부터 토론 교육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면서 "끊임없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훈련을 하다 보면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욕심내지 않고 1년에 50명씩, 40년 동안 2000명의 인재를 키워내면 그들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조선일보   최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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