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시대
웬 '오리시대'? 조선시대에서 깜찍한 소녀시대를 거쳐 어느덧 꽥꽥거리는 오리시대로 넘어간다는 말은 아니다. 이제 우리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고(reflect), 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reduce), 그저 오래됐다고 마냥 버리지 말고 또 쓰고(reuse), 가능한 한 모든 자원을 재활용하며(recycle), 망가진 환경을 복원해야(restore) 할 때가 되었다는 의미의 '5re시대'가 열렸다는 뜻이다.
Reflect: 언제까지나 개발 일변도의 정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안다. 오로지 경제 부흥만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 삶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 '가난 극복'을 넘어 이제 '국민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Reduce: 소비가 미덕이던 무책임한 자본주의는 그 효용가치를 상실했다. 에너지 공급을 늘리기보다 우선 절약할 방도부터 찾아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수요를 줄여 남과 나누는 '따뜻한 자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Reuse: 재활용에 앞서 재사용이 중요하다. 재활용에는 사용하던 물건을 분쇄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공정 단계가 포함되어 있으며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재활용하면 된다며 일회용 컵을 남용하는 것보다 자기만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훨씬 환경 친화적인 행동이다.
Recycle: 어느덧 우리 국민의 재활용 습관은 수준급에 이르렀다. 그러나 습관은 서서히 몸에 배어가건만 여전히 정책과 시설이 따라주지 못한다. 우리는 기껏해야 종이, 깡통, 플라스틱 정도로 분리 수거하지만 재활용 선진국에서는 유리, 전구, 배터리, 전자제품까지 세분하여 모은다. 우리도 조금만 더 분발했으면 좋겠다.
Restore: 생명의 역사 30억년 동안 지구의 표면을 우리 인간만큼 대대적으로 바꿔 놓은 동물은 없다. 현생인류의 역사 25만년에서 지난 100년만큼 엄청난 환경 파괴를 저지른 역사도 없다. 이제 우리가 저지른 과오를 우리 스스로 씻어내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물려받은 자연보다 조금은 더 나은 자연을 물려주고 싶다. 그래야 한다.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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