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살린 아들, 세금 아껴 쓴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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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로 숨진 단원고 2학년 정차웅군의 가족은 아들 장례식을 치르면서 가장 싼 41만6000원짜리 수의를 입혔다. 검도와 농구를 잘했던 둘째 차웅이는 키가 180㎝를 넘어 관(棺)도 큰 것을 써야 했다. 가족은 그중에서도 맨 아래 등급인 27만원짜리를 골랐다.
차웅이 가족은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의 용품 담당 직원에게 "국민 세금으로 아들 장례를 하는데 어떻게 비싼 것을 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다. 가족은 장례 용품 값을 대강 물은 뒤 모두 최하 등급을 선택했다. 차웅이 가족이 장례식을 검소하게 치르자 옆 빈소 차웅이 친구의 유족도 같은 장례 용품을 주문해 뜻을 함께했다고 한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장례비는 모두 경기도교육청에서 지원하고 있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라면 아들 떠나는 길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좋은 관과 수의를 골랐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차웅이 가족은 나라가 대주는 장례비를 삼가며 아꼈다. 경황 없는 속에서도 그 돈이 국민이 낸 세금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차웅이 아버지는 40대 중반 중소기업 회사원이고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차웅이는 학교 책상에 '공부 열심히 하기'라고 써붙여 놓았다. 친구들은 차웅이가 "아무리 장난을 걸어도 화 한번 내지 않던 아이"라고 했다. 차웅이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바다에서 발견됐고 치료를 받다 그날 숨을 거뒀다. 친구들은 차웅이가 배가 침몰하기 직전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건넸다고 했다. 그러고는 조끼도 없이 다른 친구를 구하려고 물속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차웅이는 제자들 탈출을 도운 남윤철·최혜정 교사, "선원은 맨 마지막"이라며 승객부터 대피시킨 박지영 승무원,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실종된 양대홍 사무장과 함께 '다섯 의인(義人)'에 꼽히고 있다. 열일곱 살 소년의 희생은 많은 이의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지고 희망을 되살려준다. 차웅이의 가족은 그런 아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검소하게 보냄으로써 아들의 의로움을 더욱 빛냈다. 그런 부모이기에 그런 아들을 키워냈을 것이다. 차웅이 가족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고, 그래서 더 죄스럽다.
2014. 4. 28. 조선일보 사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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