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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망해도 망해도 도전… "포기하면 진짜 망해"

by 많은이용 2014. 11. 3.

망해도 망해도 도전… "포기하면 진짜 망해"

[1인용 식품 대박 27세 한녹엽씨]

제대 후 붕어빵 장사때 '돈맛' 알아… 3년간 5번 창업했지만 줄줄이 망해
홀로 밥먹는 사람들 느는 추세 착안, 1인용 포장 식품 쇼핑몰 만들어 성공
"오래 생각말고 뚝딱뚝딱 시작하세요"

갓 제대한 22세 공대생이 복학 대신 노점상에 도전했다. 목 좋은 자리를 찾아 대구 시내를 돌았다. 붕어빵·닭꼬치·어묵탕을 팔 수 있는 리어카가 50만원쯤 했다. 식당 하는 아버지가 긴말 없이 돈을 줬다. "해봐라."

2009년 1월 대구 현풍초등학교 앞에서 붕어빵 팔던 그 학생이 지금 연매출 20억원을 올리는 알짜 회사 대표가 됐다. 1인 가구 전문 식품 쇼핑몰 '샵인테이크' 주인장 한녹엽(27) 대표 얘기다.

경험의 문제

그는 경북 청도군 이서고등학교를 나왔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몰리는 기숙학교다. 그도 중학교 때 나름대로 날렸는데, 거기 가니까 1학년 1학기 성적이 그 반 30명 중 20등 뒤쪽이었다. 여름방학 때 머리를 박박 밀고, 이후 하루 네 시간 잤다. 서울대 공대에 합격한 뒤 공부를 놨다. "진절머리가 났어요."

요즘 20대 중에는 대학 신입생 때 벌써 '고시냐, 취업이냐' 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기 싫었다. "뭘 알아야 어느 길로 갈지 결정할 텐데 경험치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물일곱 나이에 사업 5전6기를 경험한 한녹엽씨가 판매하는 1인 식탁용 제품들. 쌀부터 조미료까지 각종 먹거리를 한 사람 일회용 분량으로 포장했다
스물일곱 나이에 사업 5전6기를 경험한 한녹엽씨가 판매하는 1인 식탁용 제품들. 쌀부터 조미료까지 각종 먹거리를 한 사람 일회용 분량으로 포장했다. /조인원 기자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술집·고깃집·주유소·어학원·이삿짐 회사…. 머리 쓰는 일보다 몸 쓰는 일이 많았다. 고향집 근처 공장에서 청소도 했다.

1학년 마치고 의경으로 입대했다. 서울대 다니다 왔다고 하면 주위에서 다시 봤다. "니 그래 잘났나?" 하고 삐딱해지는 사람도 있고, "대단하데이" 하고 치켜세우는 사람도 있었다. 둘 다 부담스러웠다. 학교 이름 떼고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말년 휴가 나왔을 때 붕어빵 리어카를 봤다.

붕어빵의 충격

첫날은 몇천원도 겨우 벌었다. 자기가 먹어봐도 맛이 없었다. 이튿날부터 친구 여섯 명을 잇달아 불러냈다. 리어카 옆에 세워놓고 붕어빵을 구워 먹이며 계속 물었다. "맛있나?" 요령을 습득하는 데 일주일 걸렸다. 붕어빵은 불 조절을 잘해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나온다. 하루 매출이 15만원까지 올랐다. 재료값 3만원 빼고 12만원 남았다. 그는 "충격적으로 재미있었다"고 했다.

"'돈 버는 맛이 이런 거구나' 했어요. 아르바이트할 때는 정해진 일을 하고 정해진 돈을 받아요. 붕어빵은 하기 나름이에요. 제가 뭔가 노력해서, 그걸로 진짜 돈이 벌리는 게 신기했어요." 그해 가을 복학하자마자 창업 동아리에 들어갔다. 이후 만 3년간 여섯 번 창업해 다섯 번 망했다.

서른 전에 다섯 번 망하기

한번은 친구들과 동결건조 차(茶)를 개발했다. 기존 식품회사 제품만큼 가격을 낮출 수 없어 시판을 포기했다. 화초 씨앗·흙·화분을 패키지로 묶어서 온라인으로 판 적도 있다. 3명이 3개월간 1000만원어치 팔고 접었다. 더 싸고 더 예쁜 제품이 시장에 이미 많았다.

초조했다. 남들은 하나둘 취업했다. '이 길이 맞나?' 싶었다. 포기하는 대신 또 도전했다. 이제껏 각종 실패를 함께 맛본 창업 동아리 친구 세 명과 다시 머리를 맞댔다. 넷 다 지방 출신 자취생이다. 장 보러 갈 때마다 "와 이래 많이씩 파노? 조금씩 파는 데 없나?" 투덜거리곤 했다. 그 점에 착안했다.

한 사람이 딱 한 번 먹을 만큼

샵인테이크(www.shopintake.com)는 이들이 2012년 8월에 차린 회사다. TV 보며 오도독오도독 씹어먹을 수 있는 견과류부터 밥 지을 생쌀과 설탕·소금·후추·고춧가루 같은 조미료·향신료까지 각종 먹거리를 한 사람이 딱 한 번 먹을 만큼 포장해 판다. 아침 대용 시리얼이 특히 인기다. 지금은 월 매출이 1억5000만~2억원 난다. 하지만 첫 몇 달은 100만~200만원도 겨우 벌었다. "그것도 아는 사람들이 사준 거였죠."

넷이 합쳐 200만원이 종잣돈 전부였다. 직접 디자인한 흰 봉지에 호두·아몬드 등을 한 줌씩 담아 500~800원에 팔았다. 유통 채널은 홈페이지뿐이었다.

'안 되겠다' 싶었다. 물건 팔아 줄 통로를 찾아 온갖 온라인 쇼핑몰을 두드렸다. 이메일 보내고, 전화 걸고, 무작정 찾아가 시제품을 보여줬다. "과거에는 값싸고 양 많은 먹거리가 히트쳤지만, 앞으론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니까 우리 제품처럼 한 사람이 안 남기고 먹을 수 있게 포장한 '싱글 푸드'가 뜬다"고 설득했다. 실제로 2020년이면 1인 가구(29.6%)가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다인 가구(28.4%)를 누르고 한국인의 가장 보편적인 삶의 형태가 될 전망이다.

"가볍게 저질러라"

창업 3년째인 지금 샵인테이크는 쇼핑몰 60곳에 80여가지 식품을 납품 중이다. 다음 달엔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에도 들어간다. 육류와 채소까지 메뉴를 늘려 3~5년 뒤에는 전국 어느 곳이건 주문한 지 한 시간 안에 배달하는 게 목표다.

이 사업 이전에 다섯 번 망하면서 깨친 교훈이 뭘까? 한 대표는 "너무 오래 생각하면 안 되더라"고 했다. "몇달 걸려 완벽한 기획안을 세워봤자 어차피 현실은 달라요. 아이디어가 있으면 뚝딱뚝딱 시제품 만들어 주위에 보여줘야 해요." 그래야 방향을 수정하거나 일찍 접을 수 있다.

붕어빵 장사는 마냥 신나고 재미있었다. "지금은…. 달라요. 책임감이 생겨요." 그는 작년에 장가갔다. 창업자 네 명으로는 일손이 달려 직원도 네 명 뽑았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014.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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