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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한국의 힘으로 그린 2600년 전의 유대인(오페라 나부코)

by 많은이용 2014. 11. 3.

한국의 힘으로 그린 2600년 전의 유대인

 

오페라 나부코

100% 국산 웰메이드 오페라였다. 고양아람누리(16~18일)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는 연출과 지휘, 무대, 의상 디자인부터 주역 성악진까지 우리 힘으로 만든 수작(秀作)이었다.

연출가 김태형은 첫 오페라 데뷔작임에도 2600년 전 바빌론의 침략으로 수난을 겪은 유대인들의 역사를 오늘날에도 의미 있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오페라 서곡과 함께 흘러나온 자막은 이스라엘과 주변 민족이 수천년에 걸쳐 빚은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소개하며 지난 7월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까지 훑어내렸다. '나부코'를 유대인 중심의 해석이 아니라 좀 더 객관적으로 읽히도록 만들려는 계산이었다.


	‘나부코’ 3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공연 장면
‘나부코’ 3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고양문화재단 제공
신앙적 공간인 예루살렘 성전과 물질문명이 중심인 바빌론 왕궁을 대조적으로 묘사한 디자이너 오윤균의 무대는 시각적으로 뛰어났다. 음악적으로도 매끈했다. 장윤성이 지휘한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고양시립합창단은 '나부코'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간 핵심 기둥이었다. 히브리 제사장 자카리아 역 함석헌(베이스)은 바빌론 침략 앞에 동요하는 유대인들을 북돋우며 극을 지탱하는 주춧돌 역을 해냈다.

김진추(바리톤)는 1·2부에선 록스타 같은 나부코였다. 가죽 재킷을 입은 김진추는 카리스마 넘치는 정복자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실각한 나부코가 아비가엘레에게 둘째 딸 페네나의 목숨을 애원하는 3부의 노래와 연기는 공감을 자아냈다. 아비가엘레 역 박현주(소프라노)는 적장 이스마엘레(윤병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첫 장면에선 인상적이었지만 아버지와 맞선 2부의 대결 장면은 빈약했다. '나부코'는 24~25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진다.

 

2014. 10. 24.(금) 대전예술의전당 19:30 1층 C열 62번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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