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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일보

時空을 뛰어넘는 사랑과 희망의 릴레이

by 많은이용 2016. 6. 8.

時空을 뛰어넘는 사랑과 희망의 릴레이

 

"저는 아까 받았는데요, 다른 아이들 주세요."

순간 머리가 띵했다. 지난 2005년 서부아프리카 니제르 출장길, 동네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중이었다. 열 살쯤 돼 보이는 꼬마에게 사탕 한 움큼을 내밀자 아이는 이미 받았다고 사양했다.

니제르는 가난한 대륙 아프리카에서도 가난한 나라다. 10년 전 당시엔 가뭄에 메뚜기떼까지 덮쳐 기근이 심했다. 식량을 전하러 가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과 동행한 길이었다. 길가 여기저기에 동물 사체가 보였다. 자동차가 잠시 멈추면 실명(失明)한 여인들이 아이들 어깨에 손을 얹고 나타나 구걸했다. 아프리카의 강한 직사광선과 영양실조 때문에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이들이라 했다.

'사탕 사건'은 한 마을 주민들에게 쌀과 그들의 주식(主食)인 '테프'를 나눠주던 중에 일어났다. 식사마저 하루 한 끼로 줄여야 할 정도였는데 배고픈 어린 아이들이 사탕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진지했다. 순간 솔직히 좀 무안했다. 그때까지 마음 밑바닥에 가지고 있던, 그 나라에 대해 은근히 무시하는 생각을 들켜버린 것 같았다. 그 아이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자기 나라에 만연한 질병을 고쳐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에게선 무시할 수 없는 존엄성이 느껴졌다. 그 또렷한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난주 10년 만에 그런 눈빛을 다시 만났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서울 명성교회가 설립한 명성기독병원(MCM) 부설 명성의과대학(MMC). 전교생 98명인 이곳에 6·25 참전 용사의 손자·손녀 10명이 재학 중이다. 그중 한 명인 열아홉 살짜리 청년은 "심장 수술 의사가 되어 내 나라를 돕고 싶다"고 했다. 에티오피아엔 심장외과 전문의가 태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업무량에 비해 보상이 적다는 이유로 흉부외과 전공의가 갈수록 줄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겹쳐 떠올랐다. 다른 학생들도 "공부 열심히 해서 우리나라를 돕고 싶다" "먼저 에티오피아를 돕고, 다른 나라도 돕고 싶다"고 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 '자조(自助)'였다. 한국의 교계가 지원한 병원과 의과대학에서 선진 의학을 배운 학생들의 가슴속에서 희망과 함께 사명감, 애국심이 피어나고 있었다.

한국의 종교계는 2000년대 들어 전 세계를 돕고 있다. 남수단의 성자로 꼽히는 고(故) 이태석 신부, 불교 NGO로서 아시아·아프리카에 우물과 학교를 만들어주는 지구촌공생회와 로터스월드, 원불교의 박청수 교무, 남아공의 김혜심 교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들과 함께 현지 취재를 하다 보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감동을 느끼곤 한다. 우리 종교인들이 제공한 병원, 학교, 우물을 통해 현지 청소년들이 희망과 꿈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접었을지도 모를 그 꿈을 우리의 도움으로 다시 키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100년 전 우리를 도왔던 외국인 선교사들도 비슷한 보람을 느끼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된다. 사랑과 희망은 그렇게 이어 달린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가끔 니제르의 그 꼬마를 떠올린다. 이젠 의젓한 청년이 됐을 것이다. 그는 의사의 꿈을 이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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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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