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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일보

성범죄자 재수감률 '0'… "우린 가능성을 보았다"

by 많은이용 2014. 12. 3.

성범죄자 재수감률 '0'… "우린 가능성을 보았다"

[교정 당국·개신교의 실험… 民營 '소망교도소' 가보니]

설립 4주년 기념 예배·세례식
수용자 수감되면 멘토 붙여 번호 대신 이름으로 부르고 성장 과정 살피며

맞춤 교육

"예수를 구주(救主)로 믿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노라."

1일 오전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의 민영 교도소인 이곳에서 4주년 기념예배와 세례식이 열리고 있었다. 교도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아가페 김삼환 이사장(명성교회 담임목사)이 푸른 수의(囚衣) 차림의 수용자 머리에 양손을 얹고 이렇게 말했다. 수용자의 귓가로는 세례수(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보는 이들의 눈엔 이들의 죄도 함께 씻겨 내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개신교계가 위탁 운영하는 민영‘소망교도소’가 설립 4주년을 맞아 1일 오전 김삼환(오른쪽 둘째) 목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용자 77명의 세례식을 가졌다.
개신교계가 위탁 운영하는 민영‘소망교도소’가 설립 4주년을 맞아 1일 오전 김삼환(오른쪽 둘째) 목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용자 77명의 세례식을 가졌다. 이 교도소의 출범은‘모험’‘실험’으로 받아들여졌으나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망교도소 제공
소망교도소는 교정(矯正) 당국과 국내 개신교계가 벌여온 '실험'이다. 1990년대부터 교계를 중심으로 벌어진 민영교도소 설립운동은 지난 2010년 12월 1일 소망교도소 개소로 일단 결실을 맺었다. 명성교회가 주축이 돼 이룬 성과였다. 전국 수용자들로부터 이감(移監) 신청을 받았다. 자격은 징역 7년 이하 수용자 중 남은 형기가 1년 이상∼7년 미만인 남성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과연 당초 개신교계가 목표 삼은 재수감률 5% 이하에 성공할 것인가였다.

결과는 성공. 이날 예배에 앞서 명성교회 신자들에게 현황 설명을 하던 박효진 부소장은 자랑했다. "성범죄자는 재수감률이 가장 높습니다. 지난 4년간 저희 교도소에서 출소한 성범죄자는 85명입니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재범이 없습니다. 저희가 대한민국의 딸들을 지킨 겁니다." 전체 371명 출소자의 재수감률도 4% 내외다. 국내 교정시설로는 경이로운 기록이다.

예배와 세례식이 열린 강당. 수용자와 방문객의 자리 구분은 없었다. 교도관은 "여기까지는 '형제'들 자리, 그 앞으로는 손님 자리"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수용자를 번호 대신 이름으로 부른다. 수용자가 처음 수감되면 교도소 측은 성장 과정부터 꼼꼼히 따져 맞춤형 교정 교육을 한다. 멘토도 붙여준다. 이날 수용자로 이뤄진 '소망합창단' 30명이 무대에 올랐을 때 교회 성가대인 줄 착각할 만큼 편안한 표정들이었다. 그래서 전국 수용자들 사이에 소망교도소 이감은 '로또'로 통한다고 한다.

성범죄자 재수감률 '0'…
/소망교도소 제공
이날 찬송과 성경 봉독, 설교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성경 속 인물은 삭개오였다. 키가 작아 나무 위에 올라가 예수님 일행을 지켜보던 세리(稅吏) 삭개오를 본 예수님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내려오라"고 했다. 동족(同族)들로부터 손가락질받던 삭개오를 예수님이 이름을 부르고 내려오라 함으로써 위로하고 인정하고 용서한 것이다.

김삼환 목사는 "주님이 잃어버린 양(羊), 찾으시는 양이 여기에 있다"며 "밖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재벌들도 밤잠 못 자는 사람 많다. 지금은 어두워도 분명 밝은 날 올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라"고 했다. 그는 또 "저도 어릴 때 교회 다닌다고 무척 맞았고, 가난 때문에 만날 이웃에 숟가락, 호롱불, 심지어 낫까지 빌리러 다녔다. 하지만 한 번도 낙심하거나 좌절한 적 없다. 하나님 안에서 다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동섭 소장은 이날 "'여기서 우울증을 고쳤다'는 수용자 말을 듣고 이제는 개신교 민영 교도소가 가능하냐 아니냐의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법무부 윤경식 교정본부장은 "소망교도소는 국내 교정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서도 "아직 민간이 교도소를 운영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논의가 있는 만큼, 믿음과 지지를 높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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