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장례로 번 돈, 학생 위해 써달라"
안산 제일장례식장대표, 이번엔 교복값 기부
"학생들 장례 치르고 번 돈을 어떻게 내 주머니에 넣겠습니까?"
경기 안산 제일장례식장 박일도(59) 대표는 세월호 참사 발생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불편한 마음으로 산다"고 했다.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의 장례 수익금 때문이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 중 50여명이 그가 운영하는 장례식장에서 수의를 입었다.
박씨는 지난 5일 안산의 초등학교 5곳에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곧 졸업해 처음 (중학교) 교복을 입는 학생들에게 교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박씨는 "장례 수익금은 내 돈이 아니니 학생들을 위해 써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각 학교 6학년 선생님들이 상의한 끝에 학교당 10명의 학생이 선정됐다. 교복 구입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학생 중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대상이었다.
전화를 건 지 열흘 만인 15일 오전 박씨는 초등학교 5곳을 돌며 교복 한 벌당 20만원씩 총 1000만원의 교복값을 기부했다. S초등학교 6학년 부장 김모(43) 교사는 "'학생들이 모르게 해달라'는 말과 함께 조용히 봉투만 전하고 가셨다"고 말했다.
안산에서 30년을 넘게 살며 자녀를 키운 박씨는 "형편이 어려워 교복을 못 맞춰 입는 학생들을 보면서 늘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박씨는 "올해는 50벌을 맞춰줬지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매년 교복 기부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교복을 받는 학생들도 희생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주는 교복이라고 생각하고 입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5월에도 안산 단원고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당시 그는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는데 장례식장 수익이 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아 기부를 결심했다"며 "사업이 망해도 좋으니 이런 장례는 다시는 치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슬비 기자 2014.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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