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플라스틱
김은경 환경장관이 지난달 라디오방송에 나와 "서울시는 아리수 생산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수도꼭지에서 바로 수돗물을 마시면 되지 왜 일회용품인 페트병에 담아 먹느냐는 것이다. 뭐 그런 것까지 따지나 했는데, 알아보니 영국 런던에선 시가 나서 음수대(飮水臺) 설치를 추진하고 있었다. 올해 말까지 20곳에 만든다는 것이다. 영국 철도회사도 역마다 무료 음수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61개 음악 축제 주관사들은 행사에서 일절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쓰지 않기로 했다.
▶영국이 플라스틱 퇴출에 유난한 것은 작년 10~12월 방영된 BBC의 7부작 해양생태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 Ⅱ'의 영향이 컸다. 4년간 6000시간의 수중 촬영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거북이가 비닐봉지에 엉켜 꼼짝 못하거나 알바트로스 새가 먹이로 착각하고 새끼에게 플라스틱 조각을 주는 장면 등이 생생하게 방영됐다. 중국서도 인기를 끌었는데 작년 11월 2회분 인터넷 방영 때에는 1억명이 한꺼번에 접속했다고 한다.
▶바다로 버려지는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는 한 해 800만t 정도로 추정된다. 하와이 동쪽 태평양 한복판에는 7만9000t쯤 되는 거대 쓰레기 섬이 형성돼 있다. 면적이 한반도 8배나 되는데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거제 해역 바닷물에서도 1㎥당 21만개나 되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확인됐다. 대부분 양식장에서 쓰이는 스티로폼이 잘게 쪼개진 것이었다.
▶플라스틱이 골칫덩이인 것은 분해되지는 않으면서 광화학반응과 풍화작용으로 잘게 쪼개지기 때문이다. 그 탓에 수돗물과 생수에서도 미세 플라스틱들이 발견된다. 플라스틱은 용도에 따라 탄력·강도·내구성·색상을 달리하느라 많은 첨가제를 집어넣는다. 종류가 너무 많아 수거해도 원재료로 되돌려놓을 수 없다. 녹는 용융점이 낮아 불순물 제거가 힘든 것도 재활용을 어렵게 한다.
▶유럽연합이 2021년까지 플라스틱 빨대, 스틱, 일회용 포크·나이프, 접시의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최근 컵보증금제 재도입, 비닐봉지 사용 억제 등 대책을 내놨다. 그
러나 생활 전체에 퍼져 있는 플라스틱을 행정 규제로 다 막는다는 건 무리다. 미국에선 얼마 전 해초로 만든 음료용 빨대와 컵이 개발됐다는 뉴스가 있었다. 커피를 마신 후 빨대와 컵을 씹어먹으면 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일본 영국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을 분해해 원래의 석유 성분으로 되돌리는 효소도 개발했다. 캠페인도 꼭 필요하지만, 과학자들 분발이 절실하다.
자료출처 : 2018. 5. 31. 조선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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