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로봇이 반납한 책 나르는…
여기가 미래 도서관
[핀란드 오디도서관]
- 독립 100주년 생일 선물
흰눈이 쌓인 듯한 3층 건물… 1층엔 카페·식당·영화관
지난 6일은 핀란드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이었다. 어딜 가나 한산한 이 나라에서 보기 드문 긴 줄이 늘어섰다. 새로 문 연 헬싱키 중앙 도서관 '오디(Oodi)'에 방문객이 몰려 안전요원들이 통제에 나선 것. 건물 밖에 세워둔 유모차만 수백 대에 달했다.
핀란드는 1917년 러시아에서 독립했다. 핀란드어로 '송시(頌詩·인물이나 사물을 기리는 서정시·영어로 ode)'라는 뜻의 오디 도서관은 독립 100주년 기념 사업으로 20년에 걸쳐 추진됐다. '국가와 국민이 받은 백 살 생일 선물'로도 불린다. 1억유로(약 128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세금이 들어갔다. 디지털 시대 이용자 감소로 많은 도서관들이 어려움을 겪는 요즘, 세계에서 문해율(文解率)과 도서관 이용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핀란드가 그 흐름을 역행하며 '도서관의 미래'를 펼쳐 보인 것이다.
◇3D 프린터, 자율 주행 로봇…도서관은 진화한다
핀란드 건축 사무소 ALA가 설계한 3층 건물 오디는 흰 눈 소복이 쌓인 거대한 배처럼 보인다. 카페와 영화관, 극장이 들어선 1층을 지나 2층에 이르면 작은 방들이 모여 있다. 3D 프린터·레이저 커팅기 등 최신 기술 장비로 가득한 방, 음악·영상 제작 스튜디오, 가상현실(VR) 방,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방, 부엌, 재봉틀방…. 누구나 무료이고 다양한 워크숍도 열린다. 디지털 기기에 접근하는 데 빈부의 차가 있어선 안 된다는 철학이 반영됐다.
'책의 천국'이라 이름 붙인 3층에 올라서야 사람 키보다 낮은 책장에 빼곡히 꽂힌 책 10만권을 만난다. 내년부터는 '로봇 사서(司書)'가 투입된다.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수레가 이용자들이 반납한 책들을 싣고 스스로 길을 찾아 책장까지 나르면, '사람 사서'가 선반 위에 책들을 꽂는다. 토미 라이티오 헬싱키시 문화·여가 사무총장은 "도서관이 사람들에게 미래를 경험하게 해준다면 사람들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3D 프린터, 자율 주행 로봇…도서관은 진화한다
핀란드 건축 사무소 ALA가 설계한 3층 건물 오디는 흰 눈 소복이 쌓인 거대한 배처럼 보인다. 카페와 영화관, 극장이 들어선 1층을 지나 2층에 이르면 작은 방들이 모여 있다. 3D 프린터·레이저 커팅기 등 최신 기술 장비로 가득한 방, 음악·영상 제작 스튜디오, 가상현실(VR) 방,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방, 부엌, 재봉틀방…. 누구나 무료이고 다양한 워크숍도 열린다. 디지털 기기에 접근하는 데 빈부의 차가 있어선 안 된다는 철학이 반영됐다.
'책의 천국'이라 이름 붙인 3층에 올라서야 사람 키보다 낮은 책장에 빼곡히 꽂힌 책 10만권을 만난다. 내년부터는 '로봇 사서(司書)'가 투입된다.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수레가 이용자들이 반납한 책들을 싣고 스스로 길을 찾아 책장까지 나르면, '사람 사서'가 선반 위에 책들을 꽂는다. 토미 라이티오 헬싱키시 문화·여가 사무총장은 "도서관이 사람들에게 미래를 경험하게 해준다면 사람들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끄러워야 좋은 도서관
오디에서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장난친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구석진 독서 공간이나 방음 시설 갖춘 공부방이 따로 마련돼 있지만, 도서관에서 당연히 여겨지는 '조용히' 규칙은 이곳에 없다. 아이들 책과 어른 책을 칸막이 없이 같은 공간에 섞어 놓았다. 카트리 반티넨 헬싱키시 도서관 서비스 디렉터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만드는 소음은 긍정적 소음이자 미래의 소리"라고 했다. 세상이 바뀌는 것처럼 도서관도 바뀌어야 하며, 미래 세대를 적극 품어야 한다는 얘기다.
◇마주 선 도서관과 국회의사당
핀란드 인구는 약 550만명. 이들이 지난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6800만권이다. 오디는 핀란드에서 730번째, 헬싱키에선 37번째 공공 도서관이다. 춥고 어두운 핀란드에서 도서관은 오래전부터 마을 광장 역할을 해왔다. 지역 정보를 얻고 이웃과 교제하는 장소로, 공구와 운동기구는 물론 노래방 기계를 빌려주는 동네 도서관도 있다.
오디에서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장난친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구석진 독서 공간이나 방음 시설 갖춘 공부방이 따로 마련돼 있지만, 도서관에서 당연히 여겨지는 '조용히' 규칙은 이곳에 없다. 아이들 책과 어른 책을 칸막이 없이 같은 공간에 섞어 놓았다. 카트리 반티넨 헬싱키시 도서관 서비스 디렉터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만드는 소음은 긍정적 소음이자 미래의 소리"라고 했다. 세상이 바뀌는 것처럼 도서관도 바뀌어야 하며, 미래 세대를 적극 품어야 한다는 얘기다.
◇마주 선 도서관과 국회의사당
핀란드 인구는 약 550만명. 이들이 지난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6800만권이다. 오디는 핀란드에서 730번째, 헬싱키에선 37번째 공공 도서관이다. 춥고 어두운 핀란드에서 도서관은 오래전부터 마을 광장 역할을 해왔다. 지역 정보를 얻고 이웃과 교제하는 장소로, 공구와 운동기구는 물론 노래방 기계를 빌려주는 동네 도서관도 있다.
오디는 핀란드 도서관의 전통적 의미를 확장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롭게 접근했다. 엄청난 세금을 쏟아붓는데도 국민 반대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최근 공공 도서관 예산을 대폭 삭감한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이 이 점에 주목해 비중 있게 다뤘다.
교육과 문화, 평등, 개방성을 상징하는 오디는 헬싱키 도심 한가운데, 국회의사당 바로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국회의사당이 바라다보이는 오디의 3층 테라스는 수십 개 계단을 올라야 이르는 국회의사당 출입문과 일부러 높이를 똑같이 맞췄다. 탁월한 독서 수준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지적(知的) 성장을 이뤄가는 국민들이 길 건너에서 두 눈 부릅뜨고 정치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 문화, 평등, 개방성을 상징하는 오디는 헬싱키 도심 한가운데, 국회의사당 바로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국회의사당이 바라다보이는 오디의 3층 테라스는 수십 개 계단을 올라야 이르는 국회의사당 출입문과 일부러 높이를 똑같이 맞췄다. 탁월한 독서 수준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지적(知的) 성장을 이뤄가는 국민들이 길 건너에서 두 눈 부릅뜨고 정치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자료출처 : 2018. 12. 11. 조선일보 게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1/2018121100087.html
'독서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격적 책 읽기 (0) | 2019.12.03 |
---|---|
‘공부의 귀재’ 버핏, 89세에도 책 끼고 산다 (0) | 2019.04.24 |
"Read, read, read"(읽고, 읽고, 또 읽으라) (0) | 2018.12.10 |
CEO의 저서 (0) | 2018.09.06 |
"책 안 읽는 아이도 관심분야 찾으면 스스로 글 써요" (0) | 2018.03.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