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ㆍ안철수씨 처럼… 즐겁고 의미있는 일 찾아라
통계청은 올해 2월 기준으로 일자리가 없는 '사실상 백수'가 305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기업체 입사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자는 사상 처음으로 60만명을 돌파했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사람은 160만명에 이른다. 언론에서는 실업자 증가를 대개 경기부진과 일자리 상황 악화 탓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지면 무조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지난 몇 해 경제 지수 성장에도 오히려 고용은 줄어드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ㆍ고등학생들이 첫 일자리를 갖게 될 10여년 뒤의 전망은 어떤가. 한국고용정보원의 인력수급 전망을 보면 우리나라의 고용구조는 전형적인 '모래시계형'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간 기술 수준의 인력수요는 줄고, 전문직과 단순 노무직 인력 수요는 증가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과 지식이 필요한 전문직으로의 진입은 만만치 않고, 단순 노무직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니, 눈높이가 맞지 않아 취업을 못하는 일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일에 대해 새로운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영역에서 새로운 일을 찾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게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국제 홍보회사 직원에서 여행가로, 다시 국제구호기구 활동가로 변신한 한비야씨, 평범한 주부로 블로그에 요리 사진을 올리면서 요리 명사가 된 문성실씨, 의사 출신으로 국제적인 컴퓨터 보안 전문가가 된 안철수씨는 경제적 대가보다는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을 택했고, 이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들이다.
< 위험사회 >의 저자인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완전고용사회가 무너지면서 우리가 맞이할 가능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다채로운 활동성의 사회'를 예견한다. 다채로운 활동사회에서 일은 취업 노동뿐 아니라 우리 삶에 필수적이고 의미 있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시민사회 참여, 여가활동, 자녀 양육, 사회적 돌봄 노동 같은 것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더 이상 늘지 않는 취업 일자리에 매달리다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 시나리오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할 미래일 것이다.
취업 가능한 일자리 수가 한정된 현실에서, 취업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진로교육의 유일한 목표일 수는 없다. 모두가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고 있으니, 진로교육은 오히려 각자 자신의 삶을 다채롭게 꾸려갈 능력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학업이나 취업 준비뿐 아니라, 놀이ㆍ봉사ㆍ여행ㆍ창업 같은 활동을 통해서 자기주도적으로 진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우리 사회는 좀 더 풍성해 질 것이다.
정연순 /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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