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꿈꾸는 학생들 법학과? 일반학과? 어딜 지원해야 하나
시대가 변하면서 청소년들의 직업 선호도도 달라졌지만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다. 이들의 진학을 상담하는 교사들은 요즘 혼란스럽다. 2009학년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 대학에선 법학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대학의 법학과를 목표로 했던 학생들은 어떤 과를 가야 할까 난감하다. 로스쿨 인가를 받은 주요 대학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다른 대학 법학과를 갈 수는 없고, 다른 학과를 택하자니 어떤 학과가 법조인이 되는데 유리한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각 로스쿨이 법학 아닌 학문을 전공한 사람과 다른 학교 출신자를 각각 3분의 1 이상씩 뽑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학생들은 학과 선택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한다. 서울 현대고등학교 김진황 교사는 "다양한 전례가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시점에선 교사도 모르는 부분이 많아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로스쿨 도입으로 법조인이 되는 길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학과와 관계없이 4년제 대학에서 35학점 이상의 법과목을 수강하고, 사법시험을 본 다음 2년 동안 사법연수원에서 실무를 배우면 판사ㆍ검사ㆍ변호사 등 법률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로스쿨이 시행되는 2009년부터는 학과와 관계없이 4년제 대학 졸업자가 로스쿨에 입학해 실무 위주의 교육을 받고 변호사자격시험을 통과해야 법률가가 될 수 있다.
교육부는 변호사 자격시험과 관련해 로스쿨 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면 80~90%가 합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로스쿨 입학이 법조인으로 가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는 말이 된다. 법조인을 꿈꾸는 중ㆍ고교생 자녀의 학부모들이 로스쿨 전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스쿨 도입 취지와 바뀐 진학 구조를 잘 살펴보면, 진학과 진로 설계가 마냥 혼란스럽고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서강대학교 법학과 장덕조 교수는 로스쿨에 대해 "법에 대한 단순 암기식의 접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 사고로 전환하는 전문인을 양성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곧 고시합격 위주로 진행돼 온 기존 법학교육의 문제점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요즘 서울 신림동 고시촌과 강남 일대의 학원가에선 '법학적성시험' 관련 상담을 받으려는 학생들과 늦게나마 법조인의 꿈을 이루려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법학적성시험은 대학 학부성적, 영어점수와 함께 로스쿨 인가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활용하는 전형요소로, 로스쿨 취지를 잘 말해주는 핵심이다.
법학적성시험은 법조인의 적성부터 파악하기 위해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로 구성되어 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로스쿨 과정을 맡고 있는 노환기 강사는 "독해, 논리적 분석, 주장 펼치기는 사건의 서류를 꼼꼼하게 읽고 분석하고 추론해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쳐야 하는 실제 변호사의 업무와 연관된다"며 "특목고 입학 때 보는 언어영역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법학적성검사 점수가 로스쿨 입학 때 가장 중요한 변별력 요소가 될 것이라고 손꼽는다.
독해ㆍ분석ㆍ글쓰기 등 논술의 기본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시험지를 펼쳐놓고 진땀을 흘린다. 지난 1월26일 치른 모의시험(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 결과에선 수험생의 80%(언어이해(83.8%), 추리논증(84.11%), 논술(87.67%)) 각 분야에서 60점 미만을 받는 수준이었다. 논리적 추론과 글쓰기 능력이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는 걸 고려할 때 자녀를 장차 법조인으로 키울 부모에겐 역시 부지런히 책을 읽히고 글을 쓰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법학적성시험을 놓고 봤을 때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둔다면 대학 학부 학과 선택 때 철학과 혹은 인문학부, 사회학과 등을 택하는 게 유리할까? 법학적성시험만을 의식해 학과 선택을 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오히려 법대 교수진들은 다양한 학과의 학문을 유입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인문학부 등 특정 학과에 한정해 학생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보인다. 특히 각 대학들이 발표한 로스쿨별 특성화 분야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정보다. 연세대 법대 홍복기 교수는 "법학적성시험이 중요하긴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로스쿨 자체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화된 변호사를 배출하자는 뜻이니만큼 자신의 적성과 잘 맞는 분야를 찾아 진학을 하는 게 관건이며 전공을 깊이 있게 공부하면서 논리력, 글쓰기 능력 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조인이 되는 데 유리한 학과가 따로 있다는 말은 로스쿨 도입의 의미 자체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뜻이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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