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이달의 가볼만한 곳- 충남 논산
호수에 잠김 황산벌을 지나
명재고택으로 가는길
오감(五感)으로 만나는 논산의 겨울
몸도 마음도 바빠지는 12월은 겨울의 중심이다. 가슴 벅차게 시작한 올 한 해도 어느 새 꼬리만 남긴 채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달, 잠시 짬을 내어 집을 나서보자. 이번에 갈 곳은 자연과 역사, 그리고 체험이 있는 충남 논산이다.
평지에 세워진 아담한 절집
첫 여행지는 서대전에서 논산으로 가는 국도변, 연산면 천호리에 있는 개태사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를 정벌한
기념으로 936년에 세운 절이다. 태조는 절을 세우면서 나라에 전쟁의 기미가 있으면 부처의 위력과 하늘의 힘으로 나라를 지켜달라는 기원문을 손수 지어 바쳤다고 한다. 창건 당시에는 하나의 촌락을 이룰 정도로 큰절이었지만 고려 말기 왜구의 잦은 침입으로 점차 사세가 기울고 말았다. 그 후 조선시대에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개태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가마솥이 있어 그 당시 절의 규모를 짐작케 해준다. 이 가마솥은 옛날에 절집 승려들이 국을 끓이고 밥을
지을 때 썼던 것이다.
온화한 모습으로 길손을 맞다
은진면 반야산 기슭에 자리잡은 관촉사도 논산을 대표하는 볼거리다.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4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절 또한 사연이 깊다. 우람하게 솟은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계단길이 이어진다. 새롭게 단장된 보재루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2층 규모의 대웅보전과 그 앞에 미륵전이 반긴다. 관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온화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제218호)이다. 흔히 은진미륵이라 부르는 이 석불은 높이가 18미터에 달한다. 몸체와 머리 부분을 따로 조각해 연결한 석불은 단아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마, 턱, 눈, 코, 입, 귀는 하나같이 모두 크다.
어깨까지 내려온 귀와, 양손은 가슴까지 들어 올렸고, 좁은 어깨에는 법의가 걸쳐져 있다.
맑고 푸른 탑정호
관촉사를 나와 탑정호로 간다. 부적면 신풍리와 가야곡면 종연리에 걸쳐 있는 탑정호(논산지)는 대둔산의 맑은 물이
운주와 양촌을 거쳐 거대한 호수를 만들었다. 논산 들녘에 물을 공급하는 생명의 젖줄이자 내륙의 작은 바다다. 상류 쪽에 오염원이 거의 없는 탓에 물이 맑아 잉어, 쏘가리, 메기 같은 담수 어종이 풍부하다. 호수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새벽녘 물안개 필 때나 일몰 무렵이 좋다. 저녁 해가 연출한 노을은 드넓은 호수를 붉은 물결로 가득 채운다.
그 환상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모여든다. 1백90만평에 달하는 호수 면적은 충남 관내에서 두 번째로 크다. 탑정호는 철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이즈음 가면 호수 위로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 고니 같은 겨울 철새들을 볼 수 있으며 전망대와 자연학습원이 있는 수변공원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겨울 한 때를 보내기 좋다. 호수를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나무랄 데 없다.
신풍리의 예사롭지 않은 역사
신풍리는 우리 역사를 증언하는 곳이기도 하다. 계백장군이 신라 군대와 맞서 싸웠던 황산벌이 바로 이곳이다. 속칭
‘놀뫼’라고도 하는 황산벌은 지금 밭으로 변하고 일부는 호수에 잠겨 그 흔적이 묘연하다. 놀뫼는 논산의 옛 이름이다.
땅 빛깔이 누런색이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의 논산은 놀뫼와 발음상 가까운 한자를 골라 붙이다 보니 그렇게 굳어진 것이다. 신풍리 수락산 기슭에는 계백장군의 묘가 있다. 당시 백제군은 황령산성, 신작리산성, 모촌리산성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신라군에 밀려 수락산, 충곡리, 황산성으로 물러나 최후를 마쳤다. 이 수락산 기슭은 계백의 결사대가 마지막으로 쓰러진 곳이다. 계백 장군 묘소 아래에는 그의 충절을 기리는 충장사와 백제시대의 유물을 비롯해 그 시대의 군사 모습을 재현한 백제군사박물관이 있다. 백제군사박물관에서는 연중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궁과 승마 같은 체험이 그것이다.
신나는 체험이 기다리는 KT&G 상상마당
상월면 한천리, 논산 외곽의 한 시골마을에는 옛 초등학교를 개조해 문화 체험 장소로 재탄생시킨 공간이 있다. KT&G에서 운영하는 ‘KT&G 상상마당’이 그것이다. 겨울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의 체험 장소로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활용한 공간이지만 학교의 옛 모습은 찾을 수 없고 남아 있던 교사에 우아하고 신비한 색깔을 입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했다. 정문을 들어서면 좌측으로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형상화한 갤러리가 보인다. 이곳은 ‘상상마을을 삼킨 보아뱀’ 콘셉트로 만든 체험형 갤러리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선으로 그린 숲과 나무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상상과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이 그림을 유심히 본 아이들은 보아뱀이 삼킨 것이 코끼리가 아니라 ‘마을’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세계우수 그림책 289종이 전시된 세계우수그림책 특별전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서가 한쪽에 앉아 책을 펼쳐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재미있는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팝업
북은 그냥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커다란 도화지 두 장과 색연필 그리고 가위와 목공용 풀만
있으면 준비물 끝. 간단한 작업이지만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만들기에 열중한다. 또한 갤러리 한쪽에는 사람 크기의 캐릭터 인형을 변형시킨 아트토이와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다양한 모양의 모빌작품이 전시돼 있다. 햇살의 방향에 따라, 바라보는 사람의 옷 색깔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밖에 커피머신과 고급 원두를 사용해 직접 커피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있다.
상상마당에서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썰매타기, 요리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의 KT&G상상마당논산(www.sangsangmadang.com/nonsan, 041-734-6986).
단아하고 유려한 고택
노성면 교촌리에는 조선시대 양반가옥의 면모를 잘 간직한 명재고택(윤증 선생 옛집)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한옥으로 평가받는 이 단층 집은 안채와 사랑채로 나뉘어 있으며 지금도 윤증 선생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아담하게 꾸며진 연못과 정원은 유려한 기와지붕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처마선이 보여주는 멋과 누마루의 투박함이 옛 정취를 물씬 자아낸다. 화려하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고고한 선비의 기상과 품격이 집 곳곳에 올올이 스며들어 있다. 조선 숙종 때의 학자인
윤증 선생(1629-1714)은 권세를 장악하고도 벼슬길에 오르지 않은 일화로 유명하다. 고택 안에는 명재 윤증 선생의 후손이 운영하는 ‘노서서재’라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명재고택이 있는 교촌리 마을은 파평 윤씨의 집성촌으로 걸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충남의 명당으로 꼽힌다. 옛집 좌우로 노성향교와 노성산성이 자리잡고 있으며 1km 거리에 파평 윤씨 종학당과 재실이 있다. 고택 앞마당에 가지런히 놓인 수백 개의 장독대들<F0B5>이 300년 명문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듯하다. 명재고택:www.myeongjae.com, 041)735-1215.
근대문화유산의 요람 강경읍내를 가로지르는 금강
논산에서도 강경은 ‘세종실록지리지’와 ‘신동국여지승람’에 처음 이름을 올릴 만큼 역사가 깊다. 읍내 곳곳에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이 이를 잘 증언해준다. 강경여중고 맞은편에 있는 강경중앙초등학교의 강당, 강경정보산업고 안에 있는
구 강경공립상업학교 관사, 옛 남일당한약방,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 구 강경노동조합, 강경북옥감리교회 등이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이다.
강경읍내 앞으로는 금강이 흘러간다. 금강은 이곳 강경에서 논산천과 노성천, 강경천을 휘돌아 원을 그리듯 대해로 유유히 흘러간다. 강경은 무엇보다 젓갈 산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강경이 수산물 집산지로 위세를 떨치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후기 객주들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그 당시 강경에는 배를 10여 척씩 부리는 객주들이 20여 명이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서해어장에서 잡은 조기, 갈치, 민어, 홍어, 게, 전갱이, 새우젓 따위를 싣고 와 이곳에서 전국으로 유통시켰다. 강경읍 태평리 일대에는 100여개가 넘는 젓갈상점들이 모여 있다.
금강변에는 황산포구(강경포구의 옛 이름) 등대(높이 11.4m)가 서 있다. 이 등대는 그 옛날 금강 하류에서 서해의 어물을 싣고 들어오던 어선들의 길잡이 구실을 했다. 그러다가 1987년 황산대교가 생겨나고 도선 사업이 중단되면서 등대는
철거되었고 지금의 등대는 그 후에 복원한 것이다.
강경포구 옆 바위산 중턱에는 우암 송시열이 세운 팔괘정(八卦亭)이 서 있다. 금강을 앞에 두고 서향으로 배치된 이 정자는 넓은 대청과 온돌방이 꾸며져 있는 겹처마 팔작지붕의 한식 기와집이다. 팔괘정에서 금강을 끼고 위쪽으로 더 올라가면 옥황상제의 전설이 서린 옥녀봉이 우뚝하다. 옥녀봉에 오르면 유유히 흘러가는 금강 줄기와 전통미 물씬 풍기는 강경읍내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 여 | 행 | 정 | 보 |
맛집 탑정호 주변의 붕어찜과 민물매운탕을 권한다. 신풍매운탕(부적면 신풍리 732-7754), 붕어마을(부적면 신풍리, 733-2308), 안천매운탕(부적면 신풍리, 732-7796) 등. 연무읍내의 보은집(741-6960)은 한정식이, 강경읍내의 달봉가든(745-5464)은 젓갈백반이 유명하다. 연산원조순대집(735-0367)은 전통 방식으로 순대를 빚어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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