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트(UBUTU)
어떤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그는 근처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먹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시작'을 외쳤다. 그런데 아이들은 각자 뛰어가지 않고 모두 손을 잡고 가서 그것을 함께 먹었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1명이 먼저 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뛰어 갔지?" 그러자 아이들은 "우분트(UBUTU)"라고 외치며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
'우분트'는 반투족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라는 뜻으로 타계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자주 강조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많은 학자들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세계화, 다문화, 지구촌 시대가 온다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여 더불어 사는 공존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 질 전망이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이들에게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면 더불어 사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최우선 과제이다.
1. 공존지수를 높이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2. 경쟁교육에서 협력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3. 역지사지 체험교육으로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해 보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4. 소통과 공감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5.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6. 생각을 크게 갖고 이웃을 확대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종민(경기 성남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도 이 우분트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2014년 9월 20일 경기도 용인의 제일초등학교 운동회 때 장애물 경주가 있었다. 그런데 달리던 아이들이 결승을 앞두고 모두 멈춰서더니 꼴찌로 달리던 친구의 손을 잡고 모두 같이 골인한 것이다.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달리기를 하면 언제나 꼴찌를 하는 같은 반 친구를 위해서였다. 그 친구는 지체장애 6급으로 연골이 자라지 않는 '연골 무형성증'을 앓고 있는 친구였다.
아이들이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이다.
"기국이에게 마지막 운동회인데 어떻게 하면 뜻깊은 운동회가 될까?“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어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분트의 아름다운 꽃은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육상 경기장에서도 피어났다. 그 우분트꽃은 여자 육상 5000m 예선 2조 경주에서 피어났다. 5000m 경주는 400m 트랙 열두 바퀴 반을 돌아야 하는 장거리 경기이다. 결승선을 4바퀴 넘게 앞둔 상황에서 함께 달리던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과 미국의 애비 다고스티노가 부딪히며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넘어진 선수가 빠르게 몸을 추슬러 달리는 게 보통이지만, 먼저 일어선 미국 선수는 뒤에 쓰러져있던 뉴질랜드 선수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어서 일어나 결승점까지 달려야죠. 이건 올림픽이잖아요."
처음 대하는 선수의 격려에 힘을 얻은 햄블린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두 선수는 몇 걸음을 함께 걸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고스티노가 주저앉았다. 충돌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햄블린이 함께 멈춰 섰다.
"괜찮아요? 계속 뛸 수 있겠어요?“
햄블린은 이렇게 묻고는 다고스티노가 일어설 수 있도록 두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동안 시간은 계속 흘렀고, 앞서 달린 선수들은 이미 멀리 가 있었다. 그래도 두 선수는 다시 달렸다. 다고스티노는 뒤처진 자신을 돌아보는 햄블린에게 외쳤다.
"계속 뛰어요."
마침내 햄블린은 16분 43초 61, 다고스티노는 17분 10초 02로 결승선을 끊었다. 먼저 골인한 햄블린은 다고스티노가 도착하자 다가가서 꼭 껴안았다. 다른 선수들보다 1~2분이나 뒤처진 기록이었지만, 관중들은 이들에게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경기를 마친 햄블린은 이렇게 말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를 향해 손을 내민 다고스티노에게 고마울 뿐이죠. 모두가 메달을 원하지만, 이기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어요.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다고스티노는 걷는 것조차 어려워 휠체어에 앉은 채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기록상으로는 둘 다 당연히 예선 탈락이었다. 하지만 대회 경기 감독관은 두 선수가 자기들의 실수가 아닌 불가피한 상황 탓에 넘어진 것으로 판단해 두 선수 모두 결선에 나설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두 선수가 함께 피워 낸 우분트꽃은 금메달보다 값진 것이었다. 리우 올림픽에서 피어난 우분트꽃은 모두가 일등만을 지향하며,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고 치부하는 세태에 울림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박상재 칼럼니스트 ㅣ 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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