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능력 찾으려면 공부 외 다양한 경험해야
30일 충남 천안의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국제금장(金章)총회' 행사장에 한 인사가 등장하자 청소년들이 기립해 박수를 쳤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에든버러 공작의 네 자녀 중 막내이자 삼남인 에드워드(50) 왕자(웨식스 백작)다. 에드워드 왕자는 여왕의 장자인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 조지 왕자 등에 이어 영국 왕위 계승 서열 8위이며, 국제포상협회 국제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왕자는 이날 청소년들과 점심을 같이하며 대화를 나눴다.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는 1956년 에든버러 공작이 14~24세 청소년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교육자들과 함께 고안한 프로그램이다. 봉사, 자기계발, 탐험, 신체단련 등 4가지 영역마다 스스로 목표를 정해 달성하면 차례로 동장, 은장, 금장을 받는다. 현재 140여 개국 청소년 800만명이 참가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8년 도입됐다. 이날 총회 참석자 75명은 '금장'을 딴 청소년들이다.
금장총회 참석차 처음 한국에 온 에드워드 왕자를 본지가 단독 인터뷰했다. 에드워드 왕자는 청소년기에 학업 외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정한 열정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아이의 열정이 학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스포츠·봉사·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있다"며 "여러 활동을 해봐야 경험이 넓어지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잘 못하는 것을 알게 돼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왕자 역시 어린 시절 포상제 활동에 참여해 대학생 때 '금장'을 땄다. 그는 "(4개 영역 중) '신체단련'이 가장 어려웠는데, 내가 어떤 스포츠를 해도 자주 다쳐서 가장 신사적인 스포츠를 찾기까지 오래 걸렸다"며 "결국 테니스를 했고 아직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왕자는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후 해병대에 도전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몸담기도 했다. 지금은 왕실 업무에 전념하는데, 무려 79개 기관 일에 관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포상협회 의장으로 전 세계 청소년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장려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삶은 도전과 기회로 가득 차 있다"며 "만약 포상제 활동을 통해 도전과 성취를 경험했다면, 인생에서 어떤 문이 열렸을 때 그 문을 지나면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고, 기회도 잡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IT 등 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청소년에게 다양한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드워드 왕자는 "현대사회에는 스트레스도 많고, 사람들의 집중을 방해하는 것도 굉장히 많아지고, 특히 약물, 술, 집단 따돌림 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포상제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쪽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시간 관리도 잘하게 돕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놀라운 점은 포상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다 끄고 앉아 서로 이야기하게 됐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는 이야기 안 하니?' 물었더니 '학교에선 대화 안 해요. 문자메시지로 하죠'라고 답하더라"고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런 것이 구식같이 들리지만, 우리 사회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담고 있다"고 했다.
에드워드 왕자는 방한 전 국제총회 행사 스케줄을 조율하면서 주관 기관인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학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그만큼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다.
한국 학생들이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 운동이나 다양한 활동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얘기하자 에드워드 왕자는 "한국 학생들에게 '일단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해보면 재미를 느끼고, 멋진 이야깃거리가 생기게 될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안 해보면 다른 어떤 기회도 못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김연주
출처 : 조선일보 2014. 10. 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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