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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이과 벽 없애라… 직원 리모델링 나선 기업들

by 많은이용 2014. 11. 3.

문·이과 벽 없애라… 직원 리모델링 나선 기업들

두산·현대·LG·삼성 등 인문계 직원에 공학 가르치고

이공계 출신엔 인문학 재교육
"문·이과 직원 협업 때 큰 차이… 문제 생길 수 있어 예방 차원"

두산중공업은 직원들을 위해 '인문·사회 계열 전공을 위한 기초 공학'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중앙대 공과대학이 공동 개발한 이 과정은 인문계 출신 직원들이 공학 기초지식을 배우고, 공학적 사고 패턴을 이해해 엔지니어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앙대 공대 교수들과 회사 실무진이 공학의 이해, 금속 기초 과정, 설계 기초 등의 과목을 나누어 강의한다. 이 과정이 젊은 직원들에게 인기를 끌자, 두산중공업은 이공계 출신 직원들을 위해 '공학 전공자를 위한 기초경제학' 과정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인문학과 공학을 두루 이해하는 융복합 인재를 키워라

최근 대기업들이 인문계열 직원들을 위해 공학 교육 과정을, 이공계 출신을 위해서는 기초경제학·인문학 과정을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현대자동차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에는 한국사 5회, 세계사 5회 등 총 10회의 역사 콘서트를, 올해는 지난 6월까지 총 10회의 인문학 콘서트를 열었다. 정몽구 회장도 최근 임원 회의에서 "역사관이 뚜렷한 직원이 자신과 회사, 나아가 국가를 사랑할 수 있다"며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차(車)를 판다면 대한민국의 문화도 같이 파는 것"이라고 '역사 교육'을 강조했다.

중앙대 공대의 한 교수(가운데)가 인문·사회·상경계열 전공인 두산중공업 직원들에게 트러스트 교각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주니어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문·사회 계열 전공을 위한 기초 공학’ 과정을 개설해 가르치고 있다.
중앙대 공대의 한 교수(가운데)가 인문·사회·상경계열 전공인 두산중공업 직원들에게 트러스트 교각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주니어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문·사회 계열 전공을 위한 기초 공학’ 과정을 개설해 가르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공대 출신이 많은 LG전자는 엔지니어 직원들이 유연한 사고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사내 교육 사이트인 '러닝넷'에 'EBS 인문학관' 코너를 개설했다. 역사·경제·예술 등 9개 분야에서 EBS의 150여개 유료 동영상 강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문계 전공자를 뽑아 교육을 통해 엔지니어로 변신시키고 있다. 신문방송학·철학·심리학 등 인문계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 6개월간 960시간의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하고 SW 전문가로 배치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인문학적 감성을 접목하겠다는 시도다. 지난해 12월과 올 6월에 각각 배출된 SCSA 1·2기 졸업생 388명은 삼성전자, 삼성SDS에 배치돼 일하고 있다.

기업들이 앞장서 재교육에 나서는 까닭은

기업들이 비싼 비용을 들여 직원 재교육에 나서는 것은 고교·대학의 전공 차이가 의사소통의 차이, 나아가서는 업무 방식의 차이로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워(power)'라는 영어 단어를 놓고 상경대 출신 학생들은 대체로 '권력'을 생각하지만, 이공대 출신은 '전력'을 떠올린다는 것. 이처럼 인식의 배경이 전혀 다른 직원들이 협업을 할 경우,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마찰을 빚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에서 직원 교육을 주관하는 이민수 부장은 "전체 직원 중 이공계 출신이 85% 이상 되다 보니 인문계 출신 신입 직원들이 생소한 용어 때문에 진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전공 지식을 이해하는 융복합 교육은 신입사원 교육의 필수 코스"라고 말했다.

최근 제조업계에 나타나고 있는 '인문학 배우기' 열풍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간 기술 수준이 평준화되면서 단순히 기술·기능이 뛰어난 제품만으로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감성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 중시되면서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게 사내 교육의 핵심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14. 10. 16.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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