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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설계

노는 즐거움을 찾을 때

by 많은이용 2016. 10. 5.

노는 즐거움을 찾을 때

 

의무감에서 벗어나
어린아이처럼 놀며
자유를 맛봐야한다

일을 좋아했던 은퇴자일수록 노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 특징이 있다. 싫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한 경우 죄악으로까지 취급한다. 이런 생각으로는 취미라든가, 삶의 보람을 찾지 못한다. 인생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열심히 일한 대가로 실컷 노는 것이다. 은퇴 후 찾게 된 취미생활까지 젊어서 일했던 습관을 되살려 의무로 받아들이게 되면 노는 즐거움이 인생에서 사라져버리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므로 50대가 되면 의식적으로 노는 즐거움을 새롭게 익혀둘 필요가 있다.

사람이 늙는다는 말은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간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아이를 아이답게 만드는 결정적인 증거는 노는 것을 좋아하는 꾸밈없는 솔직함이다. 따라서 늙음과 동시에 우리는 의무적으로 노는 즐거움에 적극 빠져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취미는 내가 즐거워지기 위해 필요하다. 여기에는 아무런 구속도 없다. 내 페이스에 맞춰 좋아하는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자각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정신의 젊음이 유지된다. 마음이 늙지 않으면 몸도 따라 노화가 늦춰진다. 여름의 찌는 듯한 더운 날씨에 게이트볼에 몰두하는 노인들만 봐도 이를 깨닫는다. 올여름에 몇십 년만의 무더위가 찾아왔다는 기상청 예보에 아랑곳없이 잠깐 쉬려고도 하지 않고 게임에 열중한다. 좋아서, 재밌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몸이 피곤한 줄을 모르는 것이다.

정년 후에 뭔가를 해보려 할 때에는 지나치게 실익을 따지지 않는 편이 좋다. 우선 흥미가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년이란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실직이다. 평생 일만 해온 사람에게 일이 없는 것처럼 괴로운 상황은 없다. 그래서 정년 후에도 즐길만한 일거리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 보니 취미도 하나의 일로서 받아들이려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나 취미는 일이 아니다. 일이란 싫든 좋든 내가 해야만 하는 의무였다. 일만 열심히 해온 사람이 가장 안심하는 상황은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될 의무가 주어지는 상황이다. 그런 테두리에 갇혀 있어야만 안심이 된다.

그런데 취미에는 의무가 따르지 않는다. 의무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남은 삶에서 자신의 자유로운 권리가 보장받게 된다. 왜냐하면 정년은 실직인 동시에 그 자체로 새로운 놀이의 발견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철학자 호이징어의 말처럼 인간은 ‘호모 루덴스’, 즉 노는 것을 본성으로 삼고 있는 생명체다. 놀 거리를 찾아 재밌게 즐기다 보면 의무와 목표에 짓눌려 한없이 찌뿌둥했던 지난날의 인생살이에서 벗어나 이전에는 몰랐던 자유와 여유를 맛보게 될 것이다.
정년 이후의 삶에서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세상에 승패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놀이뿐이다. 그 즐거움을 다시금 찾게 되기를 바란다.


작성자 : 김 욱(작가, 칼럼니스트)

출처 : 한국교직원신문  2016. 9. 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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